포드가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 투자금 전액을 부담하고, CATL이 개발·생산 노하우를 보태 미국 미시간주 마샬(Marshal)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저촉을 피해 중국 기업과 손잡겠다는 의도여서
K배터리의 핵심 무대인 북미 전기차·배터리 시장에 적잖은 영향이 될 전망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파트너십은 다양한 관점에서 의미가 깊다. 북미에 처음 설립되는 LFP 배터리 생산시설도 중국 메이저 배터리 회사의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 신호탄이다.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값이 싼 LFP 비중을 키워 가격경쟁력을 키우겠단 포드의 의지도 엿보인다.
미국 대표 완성차 브랜드인 포드가 IRA 회피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정부 정책에 반하는 의사결정이어서다. IRA는 미국 정부가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면서
광물 단계부터 중국 의존을 낮추기 위해 신설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행정부는 핵심 공약인 전기차·배터리 육성을 포함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수혜를 제한하고 있다.
공화당도 다르지 않다.
공화당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글렌 앨런 영킨(Glenn Allen Youngkin) 버지니아 주지사는 "CATL은 미국 자동차산업을 약화하는 트로이의 목마"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CATL이 추진하던 지역 내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불허했다.
덕분에 글로벌 6대 배터리 브랜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와 일본의 파나소닉이 대규모 북미 투자를 감행할 때 중국계 회사들은 군침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 부담에도 포드가 CATL과 손잡은 것은 가격경쟁력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배터리·완성차 간 JV는 5:5로 설립되거나 배터리 회사가 약간의 지분을 더 확보해 경영권을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포드는 달랐다.
완전 자회사를 설립하고 기술료·로열티 등을 통해 CATL에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을 취하면서까지 LFP 공장 설립에 적극적이었다.
짐 팔리(Jim Farley)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LFP는 가장 저렴한 배터리 기술이고, 이번 합작의 목표도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장 완공을 계기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들어가는 '마하E', SK온 배터리가 사용되는 'F-150 라이트닝' 등 인기 차종에 LFP가 탑재된다.
로이터가 지난해 3분기 주요 전기차회사의 대당 이익률을 추산한 보도에 따르면 포드는 전기차 1대 판매할 때마다 762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테슬라(9574달러), GM(2150달러), BYD(1550달러), 토요타(1197달러), 폭스바겐(973달러), 현대차(927달러) 등이 이익을 실현한 것과 대비됐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테슬라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도 가격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
우리 기업에도 영향을 준다. 포드가 수익성에 사활을 건 만큼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에 배터리 납품 가격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걱정거리는 중국의 북미 공략 본격화다.
CATL의 손을 잡은 포드처럼 IRA 법망을 피해 중국 기업들과 제휴를 맺는 회사가 늘 수도 있다.
게다가 완성차 회사들이 배터리 수급 불균형에 대비해 폭넓은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자리 창출을 노리는 주 정부 차원의 배터리 공장 유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진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포드·CATL이 LFP 공장 하나를 설립한다고 해서 국내 배터리업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면서
"3사 모두 2030년 전후까지 납품할 물량을 거의 확보했고, 추후 발표될 각사의 신규 투자도 선제적으로 맺은 납품 계약에 기반하기 때문에 물량을 빼앗기거나 하는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LFP 성능이 개선되고 있지만 NCM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도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함께 LFP 인기도 점차 시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계 회사들의 동향을 살피며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북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