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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수의(壽衣)를 지어 보내니

2023.09.04 조회103 댓글0

세상에는 두 종류의 힘이 있다.

 

그 하나는 보이는 <외면의 힘>이다.

돈, 권력, 외모, 빽, 등 눈에 바로 보이는 것들로 사람이면 누구나 이 힘을 

가지려고 태어나면서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처절한 경쟁대열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하지만 이 힘은 가지면 가질수록 자신을 상실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하나는 <내면의 힘>이다.

이 힘은 전혀 다른 갈래에서 출발한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무엇이 옳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의 인간 존재의 근원에 천착하는 힘이다.

 

이 힘은 고급 자동차나, 명품가방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지면 가

질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이 차오르며 삶이 어디서나 떳떳하고 당

당하며 행복해진다.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적게 쓰고 검소하게 살면 

된다. 나의 열정과 시간을 의미 있는 일에 써야겠다는 생각을 지우지 않

는 힘이다.

 

일본이 명성황후를 미증유의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하자 책 대신 충을 잡

은 안중근은 하얼빈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승으로 보낸 뒤 

체포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까지 그의 어머니는 단,  한 번도 형무

소로 자식 면회를 가지 않았다. 단지, 형무소로 보낸 편지가  한 통 남아

있을 뿐인데, 그 내용을 보면 처연하기만 하다.

 

“네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 사람 것이 아닌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딴 맘 먹지 말고 죽어라! 

아마도 이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네 수의(壽衣)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갖은 힘을 다해 이 편지를 썼을 것이다. 

자식에 대한 원초적 본능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어머니라는 존재일진대 

자식보고 죽으라니 재회하기를 기대하지 말라니........

 

이 같은 내면의 힘이 외면의 힘과 가장 크게 다른 것은 가지면 가질수록 

점점 더 커간다는 것이다. 일단 내면의 힘이 더 커질수록 어떠한 외면의 

힘에 대해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만나든, 재벌 총수를 

만나든 몸을 배배 꼬며 안절부절 못하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맞선다는 것이다.

 

“디오게네스여 말하라.

그대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해줄까?

나는 세계의 정복자 알렉산더다.”

 

라고 하는 말을 들은 디오게네스는

“대왕이시어 해를 가리지 말고 비키시오.”라고 했다. 

 

이것은 그가 알렉산더를 넘어서는 내면의 힘을 가졌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그 남남의 순간에 디오게네스는 세상을 모조리 움켜쥔 권력자보다 강했던 

것이다. 이게 인문학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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