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비 전송 속도 20% 향상
저전력·고대역폭 특성 그대로 살려
HBM과 함께 AI메모리 양대축
우선 공급 확보 땐 시장 선점 유력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 '소캠2(SOCAMM2)' 샘플을 엔비디아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는 내년 소캠2를 AI 가속기인 '베라 루빈'에 탑재할 계획으로,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동맹이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제2의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떠오른 소캠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엔비디아와의 조기 협업을 바탕으로 표준 선점과 양산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엔비디아와 협업이 만든 '속도차'
삼성전자는 18일 공식 홈페이지 테크 블로그를 통해 최신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5X(LPDDR5X) 기반 서버 메모리 모듈인 소캠2를 개발해 고객사(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캠2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에서 표준화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차세대 모듈 규격으로, 데이터센터 및 AI 서버에서 요구하는 고밀도 구조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기존 듀얼인라인 메모리 모듈(DIMM) 대비 57% 작게 설계돼 공간 활용도가 높고, 이전 세대인 소캠1 대비 속도가 20% 이상 개선된 제품이다. 모듈 용량은 192기가바이트(GB), 속도는 8.5∼9.6Gbps(1초당 전송되는 기가비트 단위의 데이터)로 고성능 AI 서버향으로 활용이 예상된다. LPDDR5X 기반의 저전력·고대역폭 특성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서버 보드 공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고성능 칩이 밀집된 차세대 AI 서버 환경에서 강점이 있다. 기존 온보드 방식의 LPDDR과 달리 탈부착이 가능한 모듈형 구조를 선택해 고장 시 교체와 업그레이드가 용이한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에 소캠2 '커스터머 샘플(CS)'을 공급하는 상태다. CS 단계는 실제 시스템 환경에서 안정성과 호환성을 검증하는 핵심 관문이다. 삼성전자는 소캠2 개발 초기부터 엔비디아와 긴밀히 협력한 결과 메모리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 CS 제품을 제공하는 단계에 가장 먼저 도달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제시한 전력·대역폭·안정성·열관리 기준을 가장 먼저 충족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초기 시장 선점해 경쟁 우위 예상
업계에서는 소캠2가 HBM와 함께 AI 메모리의 양대 축으로 자리 잡으며, 수년 내 수십 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옆 초고대역폭 담당, 소캠2는 대용량·저전력 데이터 처리를 책임지는 구조다.
특히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베라 루빈' 우선 공급권 확보 시, 후속 플랫폼까지 공급이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소캠2 시장은 엔비디아 루빈 출하가 본격화하는 내년 2·4분기부터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초기 레퍼런스를 확보한 기업이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따른다.
소캠2 수요 기반이 되는 저전력D램(LPDDR)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100~120기가와트(GW)까지 확대될 전망이고, 전력 비용 압박이 심해질수록 저전력 메모리 채택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소캠2 수요 기반이 되는 LPDDR 시장 성장률이 내년 14.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LPDDR 기반 기술력 △패키징 역량 △CS 단계 진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시장 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대량양산(MP) 체계도 적기에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메모리 제품군을 한층 강화해 차세대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성능, 전력, 확장성을 균형 있게 제공하는 솔루션을 지속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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