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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다시 '셀 코리아'...증시 발목 잡나

파이낸셜뉴스 2023.03.26 16:23 댓글 0



[파이낸셜뉴스] 연초 강한 매수세로 국내 증시를 견인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기업의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금리 차이까지 최대 폭으로 벌어지면서 매도세가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모두 1조1559억원어치를 팔았다. 앞서 외국인은 올해 1~2월 7조5619억원의 순매수로 증시를 떠받쳤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SVB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 14일 외국인은 하루 만에 국내주식을 8517억원어치나 팔아치우며 거친 매도세를 나타냈다.

외국인의 ‘팔자세’는 업황 부진이 계속되는 반도체를 비롯해 2차전지, 금융주에 집중됐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5491억원어치 팔았다. 올해 주가가 급등한 에코프로(-4890억원), 금융당국이 고강도 규제에 나선 KB금융(-2384억원), 신한지주(-1954억원) 등도 대거 순매도했다.

여기에 한미 간의 금리 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지면서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미 금리 격차는 1.5%포인트로 확대됐다. 2000년 이후 22년 만에 최대치다.

올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점도 악재다. 국내 경기가 개선되는 흐름이라면 금리 차에도 국내에 자금이 들어올 수 있지만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그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추정 기관 3곳 이상인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사 200곳의 올해 1·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5조9113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50조7023억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2·4분기 역시 암울하다. 179곳의 2·4분기 영업이익 총액은 21조1461억원으로, 역시 전년동기(44조4698억원) 대비 절반 넘게 줄어들 전망이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해서 무조건 자금 이탈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상장사들의 이익 추청치가 계속 하향되는 등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차이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리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각국의 경제 상황”이라며 “올해는 국내 경기가 내내 바닥을 지날 것으로 보여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섰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지극히 낮아진 만큼 매수 시점이 다가올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 2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지분율은 31.40%로,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매도세는 단기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지분율만 봐도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이어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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