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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의료협력 희귀 모델”..그린닥터스, 개성병원 개원 20주년 유공자 표창

파이낸셜뉴스 2025.12.20 18:34 댓글 0

20일 '2025년 봉사자의 날' 기념식 유공자 표창
2005∼2012년 개성공단 남북근로자 35만여명 진료
"남북관계 개선되면 개성병원 재개원 추진"


“남북 의료협력 희귀 모델”..그린닥터스, 개성병원


[파이낸셜뉴스] 북한 개성공단 내에서 개성남북협력병원을 운영해온 국제의료봉사단체 재단법인 그린닥터스가 올해로 개원 20주년을 맞아 유공자들을 표창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재개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온병원그룹 원장)은 2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온병원 15층 ON홀에서 재단 관계자와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 봉사자의 날’ 기념식을 열고 개성병원 유공자들을 표창하고 격려했다.

그린닥터스재단은 이날 정근 이사장을 비롯해 임영문(부산 평화교회 딤임목사)·김승희(재단 부이사장)·임종수(온병원 행정원장) 등 재단이사, 이한평 그린닥터스개성병원 재추진위원(전 부산교통방송 대표) 등 개성병원 유공자들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또 지난 1년간의 봉사실적이 뛰어난 유스·주니어·대학부 회원 100여명이 환경부장관과 부산시장 등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남북 의료협력 희귀 모델”..그린닥터스, 개성병원


정근 이사장은 그린닥터스가 통일부로부터 개성공단 내 대북사업자로 지정된 2004년부터 개성병원 개원을 주도했고, 2012년 12월 철수할 때까지 공단 내 남북근로자 무료 진료지원과 남북 의료교류 등 사실상 개성병원 운영을 도맡아왔다. 이한평 위원은 2005년1월부터 2012년 12월말까지 8년간 개성병원 기록을 정리한 ‘그린닥터스 개성 남북협력병원 백서-인술로 이룬 작은 통일’를 펴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린닥터스 개성 남북협력병원 백서-인술로 이룬 작은 통일’에 따르면 그린닥터스재단은 지난 2005년 1월부터 2012년 12월말까지 8년간 개성공단 내 개성병원을 운영하며 남북한 근로자들에게 무료 의료서비스를 제공했고, 60억여 원어치의 의약품도 지원했다. 이 기간 동안 35만여 명의 근로자가 이 병원을 이용했으며, 외과·내과·산부인과·치과 등 필수 진료과를 중심으로 한 종합 진료체계가 안정적으로 갖춰졌다.

“남북 의료협력 희귀 모델”..그린닥터스, 개성병원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은 남북이 공동으로 상시 운영한 사실상 유일한 민간 종합병원으로 평가된다. 보건의료 협력이 극히 제한적이던 시기에도 남측 의료진이 북측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구조가 유지되었으며, 의료 기반이 취약한 북측 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높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근로자 간의 일상적인 접촉과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점,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 협력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점 또한 전문가들이 꼽는 주요 성과다.

당시 그린닥터스 개성병원 의료진이 기억하는 현장의 모습은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06년 어느 날 개성공단 작업장에서 기계 사고로 손을 다친 북측 근로자가 병원으로 실려 왔다. 평소 각각 남쪽과 북쪽 근로자들을 나눠서 진료해오던 남북의료진은 즉각 공동으로 응급처치를 진행됐다. 환자는 큰 후유증 없이 회복했고, 북측 관리자가 “이날의 협력은 말보다 행동으로 확인된 동포애”라고 전한 일화는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의 특수성을 상징하는 사례로 지금도 회자된다.

“남북 의료협력 희귀 모델”..그린닥터스, 개성병원


최근 남북관계는 장기간 정체 국면에 머무르며 의료·인도 분야의 소통창구조차 사실상 끊긴 상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의료협력이 국제 제재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부담이 가장 적은 분야인데다, 상호 신뢰를 쌓는 데 적합한 영역이라는 점을 근거로 다시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이 남긴 8년의 기록은 향후 남북 협력 모델을 재설계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실제적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포함하고 있어 재가동이나 새로운 협력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기반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는데 전문가들 사이에 이론이 없다.

그린닥터스재단은 지난 11월 2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6간담회실에서 이학영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김남중 통일부 차관,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과 정근 이사장 등 그린닥터스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성공단 재개 전망과 남북의료 협력방안 모색’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개성공단기업협회, 온병원그룹 등의 후원으로 마련된 이날 세미나는 지난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사실상 10년 가까이 멈춰선 남북 경제·의료 교류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자리였다는 평가다.

그린닥터스재단 정근 이사장은 개성병원 개원 20주년 기념행사에서 “개성병원에서 흘렸던 땀과 생명을 살린 노력은 남북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정치적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만큼, 의료협력의 문이 다시 열릴 날을 기대한다”고 밝히며 ‘개성병원 재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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