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라면축제 홍보 영상에 나온 만화 속 캐릭터 '마이콜'
축제 후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블랙페이스' 비판 올라와
국내에선 "만화 캐릭터일 뿐"-"신중치 못했다" 의견 분분  |
| 구미시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구미라면축제' 홍보 영상에서 '아기공룡 둘리'의 마이콜 분장을 한 배우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 /사진=유튜브 '구미시 ' 채널 캡처 |
[파이낸셜뉴스] ‘2025 구미 라면축제’가 사흘간 35만명에 달하는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흥행 속에 막을 내렸다. 축제는 끝났지만, 홍보 영상을 둘러싸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뒤늦게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10일 구미시 등에 따르면 라면축제는 지난 7~9일 사흘간 열렸다. 라면축제는 ‘갓 튀긴 라면’이 48만개나 팔리고 셰프들이 선보인 라면 요리 역시 5만4000여그릇이 판매되며 총 매출 1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역대급 흥행 성적을 올렸다.
문제가 된 건 축제를 앞두고 지난달 30일 구미시 공식 유튜브에 공개된 ‘2025 구미라면축제 초청가수 특별무대 - 라면과 구오룡’ 영상이다.
우리에겐 '마이콜', 해외에선 '블랙페이스'
영상은 198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속 캐릭터인 마이콜과 둘리, 도우너로 분장한 배우들이 밴드로 나와 애니메이션 속 노래 ‘라면과 구공탄’을 개사해 부른다. 논란이 된 건 마이콜 역할을 맡은 배우의 분장이었다.
캐릭터 그대로 흉내 내기 위해 얼굴과 입술은 까맣게 칠하고 입 주변에는 흰색 원을 그렸다. 머리엔 아프로 펌 가발을 썼다. 아프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Afro-American)'에서 유래한 말로 폭탄머리, 뽀글머리라 불린다.
'아기공룡 둘리'가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분장이지만,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엔 흑인을 비하하는 ‘블랙페이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블랙페이스는 흑인이 아닌 인종의 배우가 흑인을 흉내내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는 분장을 말한다. 19세기 미국의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에서 시작돼 인종차별적 행위로 인식됐다.
지난 9일 한 네티즌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해당 영상을 캡처해 "구미시가 블랙페이스 영상을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게시물을 본 사람들의 비판 댓글도 줄줄이 달렸다. "시청 공식 유튜브 채널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한국은 아직도 블랙페이스를 하나”, “심지어 한 도시의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이라거나 "한국에선 논란이 안 될 수 있지만, 외국에서 보면 그냥 블랙페이스"라며 지적이 잇따라 올라왔다.
"구미시, 신중하지 못했다" 국내서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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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의 마이콜. /사진=유튜브 ‘옛날티비 : KBS Archive' 캡처 |
국내 네티즌들 간 의견도 엇갈렸다.
‘아기공룡 둘리’ 속 ‘마이콜’ 캐릭터를 설명하며 “흑인을 흉내 낸 분장이 아니라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애니메이션 속 한국인 캐릭터를 구현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 애니메이션 속 가수를 꿈꾸는 마이콜은 생김새 때문에 외국인이나 혼혈로 오해받곤 하지만, 성이 마(馬)씨인 한국인이다. ‘둘리 아빠’라 불리는 김수정 만화가가 서울에서 자취 생활을 시작할 당시 옆집에 살며 늘 노래를 부르던 청년을 모델로 삼아 만든 캐릭터로 알려졌다.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남아있던 시기에 마이콜이라는 캐릭터는 밝고 유쾌한 모습으로 즐거움을 주면서 1999년 국내 혼혈아동을 지원하는 펄벅재단의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다.
반대로 구미시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연락해 영상의 인종차별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얼굴을 검게 칠하지만 않았다면 재미있는 패러디였겠지만, 전형적인 블랙페이스라 눈살이 찌푸려진다”라고 비판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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