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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주주환원, 선언 넘어 실행으로

파이낸셜뉴스 2025.08.13 20:22 댓글 0

최두선 증권부 차장
최두선 증권부 차장

국내 증시에서 '주주환원'이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다. 배경에는 정부의 '코리아밸류업 프로젝트'가 있다.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 지배구조 투명화 등 이른바 선진형 주주환원 정책을 독려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증권가와 기관투자자들이 가세하며 주주환원은 정책 구호를 넘어 투자 판단의 핵심 잣대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도 주주환원은 수없이 언급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결이 다르다. 삼성전자, 포스코홀딩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실행 계획'을 잇따라 내놓으며 주가와 투자심리에 실질적 변화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조9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과 2조8000억원 소각을 발표했다. 현대차도 배당성향을 높이고 자사주 소각을 병행하겠다고 나섰다.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집행 시점과 규모를 명확히 제시한 점이 주목된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은 주당순이익(EPS)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기대를 높인다. 단기적으로 주가 방어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저평가 한국 주식'이라는 인식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주친화 정책을 꾸준히 이행하는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과제도 있다. 일부 기업은 선언적 계획에 그치거나 집행 규모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 배당 확대 대신 단기 실적 방어에 치중하거나 자사주를 사들인 뒤 장기 보유만 하는 경우도 있다. 정책 효과를 지속시키려면 실제 환원 실행률을 높이고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이어가야 한다.

해외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함께 주주환원 경쟁이 본격화됐다. 닛케이225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30%를 웃돌고, 자사주 매입도 사상 최대 규모다. 이 과정에서 도요타, 소니 등 글로벌 대기업이 체질개선과 가치 재평가에 성공했다. 한국 기업들 역시 이번 기회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주주환원은 결국 신뢰의 문제다. 투자자는 '얼마나 주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주느냐'를 본다.

정책의 동력과 기업의 의지가 맞물릴 때 주주환원은 선언을 넘어 실행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때 비로소 한국 증시의 '저평가' 꼬리표도 떼어낼 수 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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