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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매는 안된' 美, 금리인하 안갯속에 한은도 23일 금리동결 유력

파이낸셜뉴스 2024.05.02 10:01 댓글 0

높은 물가에 환율 불안, 미국보다 앞선 인하 가능성 작아
전문가들 "연준 9월에나 첫 인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20일(현지시각)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가 바뀌지 않았다"라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20일(현지시각)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가 바뀌지 않았다"라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일(현지시간) '현재 금리 수준을 길게 유지할 준비가 돼있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한국은행 역시 이달 23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물가 및 환율 불안에 미국과 2%p라는 역대 최대 금리차를 감안하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준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현지시간)까지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한국(3.50%)보다 2.0%p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앞서 지난해 6월 약 1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7월 다시 베이비스텝(0.25%p)을 밟았지만, 이후 9·11·12월과 올해 1·3월에 이어 이번까지 6번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FOMC 성명문에는 '최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추가 진전이 나타나지 않았다'라는 문구가 추가됐고 고용과 물가 상황이 '더 나은 균형으로 이동하고 있다'라는 문구가 '지난해 더 나은 균형으로 이동했다로 수정됐다. 연준이 올들어서 인플레이션의 진전이 없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날 "올들어 경제 지표는 우리에게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종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물가 상황과 금리 인하에 대한 부정적 진단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우려한 더 강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이나 조치는 없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현재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는 근거가 필요하나 현재로써는 그렇지 않다"며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일축했다. 아울러 연준은 오는 6월부터 월별 국채 상환 한도를 축소하는 등 유동성 흡수를 위한 양적 긴축(QT)의 속도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도 오는 23일 금리동결이 확실시된다고 보 있다. 연준보다 앞서 금리인하에 나서기 어려운데다 물가 및 환율 불안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2.9%로 석달 만에 3%대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국제유가와 과일 농산물 가격 탓에 목표 수준(2%)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결정회의 직후 "우리(한은)가 예상한 하반기 월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인데, 유가 등이 안정돼 경로가 유지되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로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불안한 환율 흐름도 한은이 금리를 섣불리 낮출 수 없는 이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 13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1원 내린 1379.9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3.8원 내린 1378.2원에 개장해 1370원대 후반에서 소폭 등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6일 장중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뛰었다가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370∼138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는데 한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가계소비 위축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연준의 9월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5월 FOMC 이후 선물시장이 연말까지 1.4회 인하를 보고 있지만 3회(9, 11, 12월)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며 "이는 연말로 갈수록 초과저축 소진과 원리금 상환부담의 가중 등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중저소득층 중심의 민간소비 신장세가 생각보다 크게 둔화될 위험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면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모두 하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3월 PCE 보고서에서 저축률이 3.2%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미국 가계가 소득이 아닌 기존 저축과 대출을 통해 지출을 실시하고 있음을 뜻한다"며 "앞으로 가계 소비지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을 감안할 때 하반기 1~2차례 정책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첫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3·4분기로 유지한다"며 "연준 입장에서도 디스인플레이션 둔화 경로가 단순히 울퉁불퉁한(bumpy)한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재차 확대되는 것이라면 통화정책 전망 경로를 큰 폭으로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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