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주요뉴스

美 디폴트 넘기니 '국채 폭탄' 파고… 증시 돈줄 마를라

파이낸셜뉴스 2023.06.07 18:06 댓글 0

재무부 연말까지 1조달러 발행
'나라곳간' 계좌잔액 6년래 최저
전문가들 "금리 올리는 꼴" 경고
MMF들이 국채 소화 맡아야


미국 정부가 이달 여야 합의로 부채 한도에서 잠시 자유로워지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벗어난 가운데 미 경제에 또 다른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돈에 쪼들렸던 정부가 빚 제한에서 벗어나면서 엄청난 규모의 돈을 빌릴 것이라며 가뜩이나 금리 인상으로 메마른 시장 내 돈줄이 더욱 말라붙는다고 경고했다.

■고삐 풀린 정부, 빚잔치 임박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7일(현지시간) JP모건의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미 재무부가 올해 말까지 1조1000억달러(약 1434조원)의 단기 국채를 발행한다고 내다봤다. 상환 금액을 제외하고 미 재무부가 9월 말까지 조달할 예정인 순 국채발행 금액은 8500억달러(약 1108조원)로 추정된다.

재무부가 급하게 돈을 빌리는 이유는 올해 상반기 내내 지속된 정치권의 부채 한도 공방으로 인해 당장 쓸 현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과거 미 의회는 1939년부터 연방 정부가 국채 등으로 빚을 질 수 있는 금액에 상한을 설정했다. 현재 정부의 부채 한도는 2021년 12월 증액된 31조3810억달러(약 4경920조원)다.

미 정부는 의회가 정부의 부채 한도를 확장하지 않는 최악의 경우 디폴트에 빠질 수 있으며 이미 지난 1월에 부채 규모가 한도에 달했다. 더 이상 빚을 낼 수 없었던 재무부는 비상조치로 일부 지출을 중단하면서 버텼다. 재무부의 현금을 보관하는 재무부일반계좌(TGA) 잔액은 지난 1일 기준 500억달러 아래로 내려가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상하원은 이달 1일 표결에서 정부의 예산을 깎는 대신 2025년 1월까지 정부가 돈을 빌릴때 한도를 적용하지 않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미 재무부는 빚을 내 계좌를 보충할 길이 열렸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분석에서 재무부가 올해 4·4분기에 TGA 잔액을 7000억달러까지 보충하려면 앞으로 3개월 동안 7300억달러, 올해 말까지 1조2500억달러의 국채를 발행해야한다고 추산했다.

■금리 인상과 같은 효과… 돈줄 말라

캐나다 TD증권의 게나디아 골드버그 수석금리전략가는 FT를 통해 "국채가 쏟아지면서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며 "이는 은행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미 투자사 글로벌 X의 존 마이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엄청난 양의 국채가 시장에 쏟아지면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투자자들이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규모 국채발행은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WSJ에 따르면 국채 매물이 쏟아지면 가격이 급락하게 되고 그동안 높은 금리 때문에 은행 예금을 선호하던 투자자들이 국채 매입을 위해 은행에서 돈을 뺄 수도 있다. 시중 은행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더 높여야 하는데 금리 인상은 결국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위협해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가뜩이나 열번 연속 금리를 올려 시장에 돈이 부족하다며 여기에 미 정부까지 국채 폭탄으로 돈을 흡수한다면 시장 내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은행은 재무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이 경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25%p 더 올리는 효과를 낸다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머니마켓펀드(MMF)들이 쏟아지는 국채를 소화하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MMF 초단기 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적은데다 입출금이 비교적 자유로워 안전한 현금성 자산으로 통한다. 다만 WSJ는 1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등 현재 MMF가 주로 투자하는 상품의 수익률이 일반 미 국채보다 낫다며 재무부가 MMF를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