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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대신 이 말 했다"… 베트남 언론이 1면 대서특필한 김상식의 라커룸 대화

파이낸셜뉴스 2025.12.20 12:00 댓글0

"후회 남기지 마라"… 0-2 절망 걷어낸 '하프타임의 마법'
방콕서 쓴 대반전 드라마… 박항서 그림자 완벽히 지웠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베트남 전역이 다시 한번 '붉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또다시 한국인 감독이 서 있었다. 박항서의 향수를 완벽하게 지워낸 김상식 감독의 '매직'이다. 적지인 태국 방콕에서, 그것도 0-2로 끌려가던 경기를 3-2로 뒤집은 드라마 같은 역전승. 베트남 언론은 우승 트로피보다 김상식 감독의 '하프타임 리더십'에 더 열광하고 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대표팀은 18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SEA 게임 결승전에서 숙적 태국을 연장 접전 끝에 3-2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만의 정상 탈환이자, '동남아 월드컵'의 제왕이 귀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전반 종료 스코어 0-2. 장소는 태국 홈 관중이 가득 찬 라자망갈라 스타디움. 사실상 경기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선수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보통의 감독이라면 라커룸에서 불호령을 내리거나 물병을 걷어찼을 상황. 하지만 김상식 감독은 달랐다.

[서울&#x3D;뉴시스]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2025 동남아시안(SEA) 게임 남자 축구에서 우승한 김상식 감독. 사진은 2024 아세안(ASEAN)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우승 당시. (사진&#x3D;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쳐) 2025.01.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span id='_stock_code_012030' data-stockcode='012030'>DB</span> 금지 &#x2F;사진&#x3D;뉴시스
[서울=뉴시스]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2025 동남아시안(SEA) 게임 남자 축구에서 우승한 김상식 감독. 사진은 2024 아세안(ASEAN)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우승 당시. (사진=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쳐) 2025.01.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베트남 유력 매체 'VN 익스프레스'는 우승의 원동력으로 김상식 감독의 '라커룸 토크'를 대서특필했다. 매체에 따르면 김상식 감독은 절대 선수들을 꾸짖지 않았다. 대신 차분하지만 묵직한 한 마디를 던졌다.

"지금 벌써 후회하고 자책하느라 남은 45분까지 망칠 것인가? 그러면 경기 끝나고 지울 수 없는 진짜 후회가 남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남은 45분 동안 너희는 그 후회를 얼마든지 없앨 수 있다."
이 한 마디가 선수들의 패배 의식을 걷어냈다. 여기에 김상식 감독은 지난 1월 A대표팀이 같은 장소에서 태국을 꺾고 우승했던 기억을 소환하며 "너희 형들도 여기서 해냈다. 우리도 분명히 할 수 있다"라고 '위닝 멘탈리티'를 주입했다.

후반전, 베트남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나왔다. 거짓말처럼 두 골을 몰아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결국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기술 이전에 '멘탈'의 승리였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 선수들이 29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아세안축구연맹(AFF) U-23 챔피언십 결승전 인도네시아와 경기 전반 37분 응우옌 꽁 프엉의 선제골에 환호하고 있다. 베트남이 1-0으로 승리하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뉴시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 선수들이 29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아세안축구연맹(AFF) U-23 챔피언십 결승전 인도네시아와 경기 전반 37분 응우옌 꽁 프엉의 선제골에 환호하고 있다. 베트남이 1-0으로 승리하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뉴시스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 선수들이 29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아세안축구연맹(AFF)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꺾고 우승한 후 김상식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베트남은 전반 37분 응우옌 꽁 프엉의 선제골을 지켜 1-0으로 승리하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뉴시스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 선수들이 29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아세안축구연맹(AFF)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꺾고 우승한 후 김상식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베트남은 전반 37분 응우옌 꽁 프엉의 선제골을 지켜 1-0으로 승리하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뉴시스


현지 매체는 김상식 감독의 체력 조련 능력에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VN 익스프레스'는 "연장전에서도 베트남 선수들은 지치지 않았다. 김상식 감독의 혹독하지만 체계적인 훈련이 승부처에서 빛을 발했다"라고 분석했다.

적장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태국 매체 '시암 스포츠'조차 "마지막 순간, 이길 준비가 더 잘 되어 있던 팀은 김상식의 베트남이었다"며 완패를 시인했다.

부임 초기만 해도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상식 감독은 가장 중요한 무대, 가장 어려운 상대인 태국을, 가장 극적인 시나리오로 꺾으며 자신을 증명했다.

베트남 축구 팬들은 "마법사가 돌아왔다", "김상식의 심리전이 태국을 무너뜨렸다"며 열광하고 있다. 0-2의 패색을 3-2의 환희로 바꾼 그 날의 하프타임. 김상식 감독의 말 한마디는 베트남 축구사에 길이 남을 '신의 한 수'가 되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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