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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이론과 현실


'블랙-숄즈' 공식


1997년의 노벨 경제학상은 스탠퍼드대의 마이런 숄즈(Myron S. Scholes) 교수와 하버드대의 로버트 머튼 (Robert C. Merton) 교수에게 돌아갔다.


 숄즈 교수는 95년에 사망한 피셔 블랙(Fischer Black)과 함께 '블랙-숄즈' 공식을 개발하였고 

머튼 교수는 이를 일반화하고 확장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한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때 이들이 개발한 블랙-숄즈 공식은 현대 파생옵션 상품의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오늘날 파생금융상품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게 한 기초 이론이 될 정도로 획기적인 이론이었다. 

실제 이들은

스스로가 만든 공식을 바탕으로 '롱 텀 캐피탈 매니지먼트'라는 사모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다가 파산하는 비운

을 겪지만, 

그래도 1987년 미국 주식시장이 붕괴되었을 때, 유력한 비즈니스 전문지 '포브스'가 주식시장의 붕괴 원인이 

전적으로 블랙-숄즈 공식의 탓이라고 지적하였을 정도로 블랙-숄즈 공식이 세상에 미친 영향은 크다.


하지만 이들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현재 금융시장의 버블붕괴와 같은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어떤 면에서는 '창의적 이야기 꾼'이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금융시장 전문가나 투자자들은 금융시장의 무질서에 대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금융시장에서 적정가격은 늘 현재의 가격이며 이에 따라 주식의 적정가격을 찾는 일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누군가는 주식을 싸게 사고 누군가는 비싸게 사는 어리석은 일을 하고 있는 시장에서

 적절한 시장가격이 무엇인지를 알기만 한다면 항상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동화같은 상상을 시작한 것이다.


블랙과 숄즈가 이 역사적인 공식을 처음 구상하게 된 시기는 1969년, 당시 블랙의 나이는 31세, 숄즈의 나이는 28세였다. 

블랙은 하버드대에서 응용수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수리 물리학자였고, 

숄즈는 시카고대에서 재무금융분야 박사학위를 받고 MIT에서 조교수로 일하고 있던 경제학자였지만 

이 둘은 이런 상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서로의 지식을 교류하며 함께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꿈을 이루었다. 아직도 금융시장에서 파생상품 거래의 원칙이 되는 역사적인 공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게 된 것이다. 

이후 이들이 미친 영향은 부정적일 수도 있고 긍정적일 수도 있다. 

근자에 일어난 금융시장의 위기가 파생금융상품의 발달 때문이라는 점에서 보면 이들은 원흉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파생금융시장의 발달과 같은 미시적인 것이 아니다. 

이들이 이루어낸 연구가 가장 의미가 있었던 것은 바로 미국 우주계획의 축소로 일자리를 잃게 된 '나사'의 수 많은 

우주항공, 수학, 물리학자들을 금융시장으로 인도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블랙과 숄즈'가 이 공식을 만들고, 

금융회사를 설립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본 일단의 과학자들이 속속 금융시장에 뛰어들었고, 

이들이 결국 '금융공학'이라는 첨단 금융의 영역을 만들어냄으로써 오늘날 '금융산업'을 발전시킨 영웅들이 된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70년대 나사의 우주계획이 축소되면서 일자리를 잃고 좌절했던 우수한 기초과학자들이었다.


그러고보면 창의성이란 시련을 이기는 일종의 변신이자 스토리다. 70년대 수학자, 물리학자가 

금융시장의 발전을 이끌어내었듯, 지금 이 순간의 시련도 누군가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 미래의 새로운 산업을 출발시키는 것이다. 

지금 청년 일자리가 없어 힘든 시기다. 하지만 그럴수록 많은 젊은이들이 좀 더 창의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들의 꿈을 실현하도록 기성세대가 돕는 것, 그런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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