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 공개 14건만 20조4515억
건수 줄었지만 총액은 크게 늘어
플랫폼 경쟁력으로 빅파마 공략
내년에도 조단위 계약 이어질듯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기술수출 전성시대를 맞았다. 올해 기술수출 규모가 사상 최초로 20조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다. 업계는 글로벌 빅파마의 K바이오 기술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술수출계약은 계약 요건상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3건을 제외하고도 총 145억3362만달러(약 20조4515억원·계약 시점 기준환율 환산)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 20조원의 벽을 깬 것으로, 올해 총기술수출계약 건수는 17건이다.
K제약·바이오 기술수출은 지난 2021년 115억7400만달러로 정점에 달한 이후 2022년엔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2023년과 지난해까지도 소폭 증가에 그치며 성장세가 주춤했다. 그러다 올해는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 플랫폼이 대형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키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그랩바디-B는 혈액뇌장벽(BBB)을 효과적으로 통과해 약물을 뇌에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4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플랫폼 독점 권리 이전으로 총 21억4010만파운드(약 4조1104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이어 11월엔 미국 일라이릴리와 플랫폼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로 최대 26억200만달러(약 3조8236억원)의 계약을 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만 약 8조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결실을 맺으며 누적 기술수출 규모가 이미 11월 기준 18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종전 최대였던 2021년의 13조8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계약이 추가될 경우 연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는데, 12월 들어 10억4000만달러(약 1조5300억원)의 계약이 성사됐다.
기술수출 연 20조원 기록의 결정타는 지난 16일 발표된 오스코텍과 아델의 알츠하이머 신약 기술이전 딜이다. 두 회사가 공동개발한 '아델-Y01'(타우 단백질 표적 항체치료제)을 사노피에 이전하는 이번 계약은 10억4000만달러(약 1조5300억원) 규모다. 선급금 8000만달러를 받고 마일스톤·로열티를 아델과 오스코텍이 53대 47 비율로 배분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증가 배경엔 항체약물접합체(ADC), BBB 투과 등 플랫폼 기술의 우위가 자리잡고 있다.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등이 글로벌 빅파마와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평균 딜 규모를 1조원대로 끌어올린 영향도 크다. 덕분에 기술수출 건수는 지난 2021년 34건에 비해 올해 17건으로 절반 수준이지만, 계약 규모는 약 13조8000억원에서 약 20조45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플랫폼 기술은 리스크가 비교적 낮으면서 확장성은 높아 향후 글로벌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술 블록버스터 시대가 본격화되며 내년 상반기에도 조 단위의 빅딜이 지속될 것"이라며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개발이나 기술이전 협력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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