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한산:용의 출현’의 정당행위

파이낸셜뉴스 2022.08.12 14:31 댓글0

’한산도 대첩‘은 ‘행주대첩’, ‘진주대첩’과 더불어 임진왜란의 3대 대첩 중 하나입니다. ‘한산도 대첩’ 이후 왜국은 조선 수군과의 전투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은 이순신 장군이 이끈 ‘한산도 대첩’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작품 속에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조선을 침략한 왜군의 배 격파하고 왜군을 살해합니다. 이처럼 전쟁 중에 침략한 적군을 살해하고 적의 군함을 파괴하는 것이 살인죄, 재물손괴죄가 성립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떤 행위가 범죄로 성립되려면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고, 책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되면 위법성이 소멸되어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정당행위란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를 말합니다. 정당행위는 정당방위, 긴급피난, 피해자의 승낙 등과 더불어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사유 중의 하나입니다.

법령에 의한 행위의 대표적인 것이 공무원의 법령에 근거한 직무집행 행위입니다. 즉, 공무원이 법령에 의해서 요구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법익침해적인 강제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됩니다(예, 사형집행, 구속, 압수, 수색, 강제집행 등).

현행범 체포도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법령에 의한 행위로서 정당행위입니다. 즉, 일반인이 다른 사람을 체포하면 체포죄가 성립합니다. 그렇지만 범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고 난 직후의 사람인 현행범을 체포하는 것은 정당행위로서 체포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노동쟁의행위도 법령에 의한 정당행위입니다. 근로자의 쟁의행위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한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정당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요건과 절차 등이 준수되어야 합니다.

정당행위 중 업무로 인한 행위란 직업 의무의 정당한 수행을 위해 합목적적으로 요구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의견 대립은 있지만 의사의 치료행위를 상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론의 필요에 의해서 명예훼손죄 등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더라도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성직자가 고해성사로 알게 된 타인의 범죄행위를 고발하지 않는 것이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지라도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의 지배적인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원칙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이사회 결의와 관리규정에 따라서 관리비 체납자의 점포에 단전 조치한 것은 정당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조선을 침략한 왜군들을 살해하고 왜군의 배를 격파하는 것은 살인죄나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합니다. 그렇지만 조선 수군이 침략한 왜군을 살해하고 군함을 격파하는 것은 조선 수군의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합니다.

조선의 백성들이 의병을 일으켜 침략한 왜군을 살해하는 것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조선 수군이 침략하는 왜군을 살해하는 것도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쟁 중에 침략하는 적군을 살해하고 적의 장비를 파괴하는 행위가 살인죄,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행위나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범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의 승리는 통쾌함을 선사합니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었던 왜군의 패인 중의 하나는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의 부족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슨 일을 함에 있어 최선을 지향하되 최악을 대비하는 자세는 언제나 필요한 것 같습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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