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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여전히 '썰렁'한 과일코너..."비싼 사과 대신 샤인머스캣 먹어요"

파이낸셜뉴스 2024.05.02 17:22 댓글 0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고산지 사과 4~6입 1만8900원. 당도선별 사과 5~6입 1만2700원'. 2일 오전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 장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지만, 과일코너 앞은 유달리 썰렁했다. 가지런히 포장돼 줄지어 쌓여 있는 사과 매대 앞을 지나가는 사람조차 찾기 어려웠다. 바로 옆 매대에서 샤인머스캣을 둘러보던 정모씨(32)는 "아침 식사용으로 늘 그때그때 눈에 띄는 과일을 사다 놓는데, 사과는 비싼 가격에 망설이다 사지 않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작황 부진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전방위적 물가안정 압박에도 사과·배 등 국민 대표 과일의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사과 10개 평균 소매가는 2만7669원으로, 이미 가격이 많이 뛰었던 지난해 같은 시기(2만4031원)와 비교해도 15.1% 올랐다. 출하량 급감으로 지난해 추석 상차림 때부터 이미 '금(金)사과' 별명을 얻었던 국민 과일 자리는 상대적으로 값이 싼 샤인머스캣이나 바나나 등이 대체하고 있다.

문제는 '과일값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이후 사과 출하량이 전년과 비교해 약 23.4%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 역시 같은 기간 출하량이 83.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사과·배 가격이 지금보다 더 뛸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판매되는 과일은 지난해 수확해 저장한 물량으로, 올해 햇과일이 나오는 7~8월 이후에야 가격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해 작황 상황에 따라 지금 같은 고시세가 하반기에도 계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업계는 '과일값 잡기'에 안간힘이다. 햇과일이 나기 전인 5월 대형마트는 국산과일을 대체할 만한 수입과일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마트는 농산물 직영 저장·생산센터인 후레쉬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값이 뛴 국내과일을 대체할 만한 수입과일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직접 상품화 작업도 하면서 원가를 줄이고 있다. 상품기획자(MD)들도 전국 곳곳의 과일 산지를 발로 뛰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역 전문가인 로컬 MD를 앞세웠다. 전국 사과·배 산지를 돌며 사전 물량 기획을 통해 이른바 'B급'으로 불리는 비정형과 매입을 진행하며 '상생 사과·배' 품목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대형마트업계는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지원금 사업 외에도 자체 할인행사를 통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이달 들어 제스프리 골드키위 할인 판매에 나섰다. 이마트는 여기에 오는 3일부터 5일까지 호주산 청포도인 '어텀크리스피' 할인행사도 준비중이다. 롯데마트는 8일까지 수박과 오렌지를 할인판매한다. 홈플러스는 '초특급 홈플5일장'을 통해 스테비아 대추방울토마토와 바나나, 성주참외 등을 할인가에 선보인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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