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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집값 1년새 24% 뛰어 '최고치'… 유럽도 폭등세

파이낸셜뉴스 2021.06.23 17:52 댓글 0

팬데믹 대응 '돈 풀기' 후폭풍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던 미국과 유럽에서 팬데믹 극복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집값이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경기부양 목적으로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원자재 부족 등으로 주택 공급이 말랐고, 동시에 교외에서 재택근무로 생활하려는 실수요가 폭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대서양 양안의 주거 시장이 팬데믹 극복과 동시에 출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이날 발표에서 이미 지어진 기존 주택 가운데 5월에 거래된 매물들의 중간 가격이 35만300달러(약 3억9760만원)로 전년 동월 대비 23.6% 뛰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상승률은 NAR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약 22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미국 주택시장 거래량의 90%는 기존 주택이며 약 10%만 신규 주택이다.

NAR은 지난달 기존 주택 매매 건수가 전월 대비 0.9% 감소해 4개월 연속 줄었다며 가격이 오르는 동시에 거래량 자체는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국 내 저금리 기조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낮아져 주택 수요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 되면서 도시 주민 가운데 교외의 보다 넓은 집을 원하는 수요가 늘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공급은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 5월에 매물로 나온 기존 주택은 총 123만가구로 전년 동월보다 20.6% 감소했다. 건설사들은 서둘러 새집을 짓기 시작했지만 팬데믹 이후 극심해진 원자재 부족과 물가 상승에 따른 원가 문제로 인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상무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달 미국 내 주택 신축 규모는 3.6% 증가했다.

FT는 집값 폭등 현상이 유럽에서도 이미 지난해부터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번주 발표에서 지난해 4·4분기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주택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5.8% 올라 2007년 여름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특히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가 유로존 주택가격 상승분에서 약 75%를 차지했다. 네덜란드의 기존 주택가격은 지난 5월 12.9% 올라 2001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FT는 유럽에서 집값 급등과 매물 부족으로 임대 사업주를 향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일랜드는 지난 12개월 동안 10가구 이상 주택을 매수한 경우 인지세 10%를 부과했다. 독일에서는 1위 부동산 기업 보노비아와 2위 기업 도이체보넨이 합병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월세 상한을 요구하는 동시에 해당 업체들을 국유화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집값 문제는 팬데믹 불황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흘려보낸 ECB에게도 골치 아픈 문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번주 유럽의회에 출석해 집값 급등과 관련한 의원들의 비난을 받았다. 유럽의회 우파정당인 '유럽 보수와 개혁(ECR)그룹'의 미힐 호헤빈 의원은 "약한 유로존 국가들까지 떠받치기 위해 ECB가 돈을 아끼지 않고 마구 찍어 내고 낮은 금리정책을 고수한 대가"라고 비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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