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주요뉴스

[기자수첩] 기술유출 양형기준 대폭 상향해야

파이낸셜뉴스 2023.06.18 19:28 댓글 0


얼마 전 한 반도체 뉴스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 A 전 상무가 삼성전자의 핵심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설계도면을 빼돌려 중국에 동일한 '복제공장' 설립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반도체 업계는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한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A 전 상무까지 중국의 기술유출에 가담했을 정도면 막대한 보상 유혹에 넘어간 인력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기술우위를 점한 한국을 겨냥한 기술유출 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출 가담자들이 기술탈취에 성공해 중국 회사로 이직하면 최소 2배 이상의 연봉 상승을 포함해 각종 보너스, 주거비, 자동차, 왕복항공권, 전용통역인 등을 제공받는다. 경쟁사 이직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명을 사용하는 사례도 적잖다. 가담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제쳐두더라도 법원 스스로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로 기술유출 사태를 방조했다는 비판은 뼈아프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진작 양형기준을 대폭 상향해 가담자들을 엄벌에 처했다면 유출 시도를 줄이는 효과가 분명 있었을 테다.

실제 법정형에 비해서도 법원의 양형 수준은 한참 뒤떨어진다. 법원은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판결을 내릴 때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침해행위'를 적용해 판결하고 있다. 해외로 기술유출을 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기본 1년~3년6개월의 징역형을 제시한다. 가중 사유를 반영해도 최대 형량은 6년에 그친다.

법원은 다양한 기술유출 행위로 인한 구체적 피해액 산출이 어렵다는 점을 항변하고 있지만, 객관적 산정기준을 마련하려는 의지도 크지 않아 보인 게 사실이다.

그동안 양형기준 상향을 꾸준히 요구해온 산업계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던 대법원이 이제라도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을 정비 대상으로 삼기로 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양형기준을 상향하는 동시에 국회 역시 기술유출 범죄를 막기 위한 법 개정에 여야 구분 없이 합심해야 한다.

첨단산업 기술우위를 확보하려는 국가 간 총성 없는 전쟁 한가운데서 분투하는 기업들의 발목을 우리 스스로가 붙잡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나.

mkchang@fnnews.com장민권 산업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