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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도 안되는 반대 의결권… 운용사 ‘거수기’ 논란 여전

파이낸셜뉴스 2023.09.10 18:44 댓글 0

"주주 대리인 역할 못한다" 지적
금감원 의결권 가이드라인 개정


금융당국이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를 강조하고 있으나 큰 변화가 없다. 투자자를 대신해 투표권을 부여받은 만큼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당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 수(31억9041만2381주) 가운데 반대표를 던진 주식 수는 모두 1억2530만3882주로 집계됐다. 비율로 따지면 3.93%에 불과하다. 찬성 비율은 70.05%(22억3500만7300주)에 이른다.

투자자들의 돈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편입한 주식에 포함된 의결권을 '대리행사'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반대표를 던졌다고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실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비율도 18.84%(6억100만3838주)로 반대보다 5배가량 많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은 셈"이라며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그 무게도 커지는 만큼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적용돼야 한다"고 짚었다.

금융감독원은 운용사들이 '거수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올해 2월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겠다고 밝혔고, 4월에는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다. 2008년 제정돼 2016년 한 차례 개정됐으나 아직 미흡한 가이드라인을 손보려는 작업이다.

금감원은 △국내 주주총회의 단기 집중 현상 △과거 의결권 행사정보 데이터베이스(DB) 등 인프라 부족 △제한된 인적 자원 등을 현 시점에서의 한계로 판단하고 있다. 현행 공시관리 체계가 금투협과 한국거래소로 이원화돼 있고, 공시 대상과 범위, 기간 등이 서로 달라 분석 자체가 어렵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공시서식 표준화, 공시채널 기능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제도 개선과 가이드라인 개정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들이 독립적이고 주도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국 지침이 나온다고 해도 직면한 여건들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펀드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정착되긴 힘들다는 주장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들 첫 번째 목적은 펀드를 굴려 수익률을 높이는 일이다. 안건을 하나씩 뜯어보고 판단할 만한 시간도,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반대표를 던질 경우 주요 상장사들과의 관계 악화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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