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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떨어져도 Go"...유상증자에 기대는 기업들

파이낸셜뉴스 2023.08.29 04:59 댓글 0

고금리에 채권 발행 대신 유상증자 발표 잇따라
한화오션·SK이노베이션 등 조단위 유증 결정
전문가 "미래 투자 등 당위성만 있으면 긍정적"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제공

[파이낸셜뉴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유상증자에 기대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유상증자는 대개 주가에 악재로 작용되지만, 전문가들은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금리에 兆 단위 유상증자 늘어나
29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유상증자를 완료한 기업은 216개에 달한다. 숫자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조(兆) 단위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

최근 한화오션은 이사회에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8일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며 내년 대규모 유상증자를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SK이노베이션이 1조3000억원, CJ CGV가 1조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롯데케미칼도 올해 2월에 1조215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처럼 대규모 유상증자가 많아진 이유는 금리가 높아 채권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기엔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742%, 10년물 금리는 3.843%로 모두 4%에 육박한다. 신용등급 AA-인 기업이 발행한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4.524%로, 연중 최고치는 5.262%에 달한다. 유상증자는 이자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 부채의 증가없이 자산과 자본이 증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상증자가 일어나면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하락해, 기존 주주들에게는 대개 악재로 작용된다.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들은 대부분 발표 직후 주가가 떨어졌다.

포스코퓨처엠은 전일 대비 3.60% 하락한 45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한화오션도 이달 25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6월 20만원까지 오르던 주가가 유상증자 발표 이후 15만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주주 위한 증자'인가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유상증자 이슈를 악재로만 봐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020년 말에도 2차전지 소재 부문 투자를 위해 1조273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현재까지 주가는 400% 이상 오르며, 유증이 기업가치 상승의 중요한 트리거가 됐다고 평가 받는다.

대한항공의 경우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채무상환(1조8000억원)과 타법인증권취득(1조5000억원)을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후 주가가 올라 신주 발행 가액은 1만4400원에서 1만9100원으로 32.6% 상승하기도 했다.

한화오션도 이번주 들어 주가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7.57% 상승했고 이날 6.91% 올랐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선사들의 유동성과 재무상태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었고 그만큼 밸류에이션도 낮았기 때문에, 증자를 통해 회사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투자자들은 긍정적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도 주주 설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국내 기업에서는 이례적으로 직접 주주서한을 보내 신사업을 위한 유상증자임을 강조하면서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주주 가치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보유 자사주도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유상증자가 주가에 악재로 인식되는 이유는 자금 조달의 당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유상증자 이후의 주가 방향성은 유상증자에 대한 당위성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잘못된 경영활동 과정에서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라면 경영진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자금활용 방안과 당위성이 시장에서 인정된 경우 유상증자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도 많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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