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모모타 겐토의 '11승' 신화, 6년 만에 한국 선수가 깨뜨렸다
파트너 바뀌어도 '우승'… 서승재, 복식의 개념을 새로 쓴 '괴물'
중국 항저우에서 완성된 대기록
세계 배드민턴 역사상 가장 완벽한 1년  |
| 김원호와 포옹하는 서승재.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2025년 12월 21일, 전 세계 배드민턴계의 시선은 '셔틀콕 여제' 안세영의 11번째 우승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역사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 '시즌 12관왕'의 고지를 밟은 남자. 바로 서승재(
삼성생명)다.
서승재는 이날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남자 복식 결승에서 김원호와 짝을 이뤄 중국의 량웨이컹-왕창 조를 2-0으로 완파했다. 이 승리로 서승재는 올 시즌 '12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단순한 우승이 아니다. 세계 배드민턴 역사책의 가장 윗줄을 덮어버린 '혁명'이다.
지금까지 배드민턴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은 2019년 남자 단식의 전설, 모모타 겐토(일본)가 세운 11승이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현대 배드민턴의 살인적인 일정을 고려할 때, 이 기록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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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서승재, 김원호.연합뉴스 |
하지만 서승재는 그 '영원'을 단 6년 만에 깨뜨렸다. 올 시즌 김원호와 함께 11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지난 1월 태국 마스터스에서는 진용(요넥스)과 호흡을 맞춰 우승을 차지했다. 합계 12승. 단식도 아닌, 파트너와의 호흡이 생명인 복식에서 파트너를 바꿔가며 만들어낸 이 기록은 그가 얼마나 압도적인 '우승 청부사'인지를 증명한다.
서승재의 12승이 더욱 경이로운 이유는 그의 '전천후 능력' 때문이다. 그는 코트 뒤에서는 대포알 같은 스매싱으로 상대를 윽박지르고, 네트 앞에서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다. 파트너가 김원호든 진용이든 상관없다. 서승재가 코트에 서는 순간, 그 팀은 우승 후보 1순위가 된다.
결승전 상대였던 중국의 량웨이컹-왕창 조는 세계 최정상급 듀오다. 게다가 장소는 중국 항저우였다. 하지만 서승재의 라켓 앞에서 중국의 '짜요' 함성은 40분 만에 탄식으로 바뀌었다. 1세트 12-12 동점 상황에서 연속 3득점으로 흐름을 가져온 서승재의 클러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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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
올 한 해 우리는 안세영의 금빛 스매싱에 환호했다. 하지만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승률 90%를 넘나드는 안세영(11승)보다 더 많이 이기고, 더 많이 시상대 맨 윗자리에 선 선수는 서승재(12승)다.
이제 세계 배드민턴계는 인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여제' 안세영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배드민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즌을 보낸 '복식의 신' 서승재가 버티고 있다. 2025년은 서승재의 해였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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