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삼성SDI
모듈 쌓은 랙 납품 방식 탈피
공조설비·안전장치 등과 일체화
독자개발 화재방지시스템도 탑재
국내외 기술력 인정받고 수주 탄력
배터리 모듈을 쌓은 랙(RACK)만 납품하는 기존 방식을 깬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가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와 주목받고 있다.
삼성SDI가 개발한 일체형 ESS 배터리 솔루션 '삼성 배터리 박스(SBB)'는 배터리와 각종 설비를 조립해야 했던 고객사 입장에서 화재방지시스템과 각종 소프트웨어가 박스 하나에 담긴 ESS 배터리는 상당히 획기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박스형 ESS 배터리 'SBB'를 공급받자마자 별도 추가 설치 없이 바로 전원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SBB가 ESS 배터리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SBB는 국내외에서 혁신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으며 수상까지 한데 이어, 최근 들어 실제 수주도 이뤄지며 삼성SDI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 호재로 부각되고 있다.
■인정받은 안전성·기술력, 수주로 직결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SBB로 지난해 부터 국내외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24년 3월 국내 '인터배터리 2024' ESS 최고 혁신상을 받은데 이어, 같은해 11월에는 미국 CES 2025 혁신상을, 올해 12월에는 2025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산업부 장관상을 거머쥐었다.
SBB는 20피트(ft) 크기의 컨테이너 박스에 배터리와 안전장치, 공조설비 등을 하나로 일체화한 것으로, 설치·운송이 편리하면서도 성능과 안전성을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발생하면 해당 배터리 모듈 내에 소화 약제가 직접 분사돼 열 전파를 차단하는 '화재 안전성 기술(EDI)'은 삼성SDI의 독자개발 기술로, 화재 안전성이 중요해지는 ESS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달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수상한 것도 SBB의 '화재 안전성 강화 및 비용 절감 기술 개발'이 인정을 받아서다. 무엇보다 국내 배터리 업체로는 유일하게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삼성SDI의 ESS 안전성 기술 경쟁력이 차별화됐다는 의미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배터리를 납품하면 개별로 팔다 보니 여러 시스템과 장치들을 별도로 설치해야 했다"면서 "SBB와 같은 박스형은 별도 안전장치를 포함해 시스템이 통합돼 고객사 입장에서 설치도 용이해지고 안전성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SBB로 기존에 ESS 배터리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의 이같은 제품 경쟁력은 국내외 다양한 고객사들과의 ESS용 배터리 수주 계약으로 이어졌다.
최근 삼성SDI 미주법인인 '삼성SDI 아메리카(SDIA)'는 미국의 대형 에너지 전문기업과 2조원대 규모의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가 이번에 공급하는 LFP 배터리셀은 일체형 ESS 배터리 솔루션인 SBB 2.0에 탑재된다.
■정부 입찰서도 드러난 존재감
SBB로 전력용 ESS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성SDI는 올해 7월 정부가 추진 중인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에서 전체 물량 540MW(메가와트) 중 약 4분의 3 이상을 낙찰받으며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업계에선 LFP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높은 삼원계(NCA) 배터리를 내세운 삼성SDI가 대다수 물량을 공급하게 된 배경을 놓고 국내 울산 공장 생산과 국내 공급망관리(SCM)로 산업·경제 기여도 항목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각형 배터리와 EDI 등 삼성SDI 특유의 ESS 안전성 기술력이 화재·설비 안전성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연말 공고가 예상되는 2차 입찰 시장에서 산업 및 경제 기여도 등 비가격 지표 항목의 평가 비중이 1차 때보다 상향될 것으로 알려져, 삼성SDI의 강점인 국내 산업 기여도와 각형 배터리 안전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ESS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수주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3월 미국 최대 전력 기업 '넥스트에라 에너지'와 약 4400억 원 규모의 ESS 공급 계약 체결 내역을 공시했으나, 이는 계약이 체결된 일부 프로젝트에 대한 공시라는 점에서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이란 추측이다.
삼성SDI는 늘어나는 현지 생산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공장의 일부 라인을 전환해 ESS용 삼원계 배터리를 현지 생산하고 있어, 내년 말에는 약 3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미국내 ESS용 배터리 생산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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