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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시장 기관자금 몰리나

파이낸셜뉴스 2025.12.08 18:14 댓글 0

블랙록 자금쏠림 지켜본 뱅가드
가상자산 기반 ETF 거래 허용
기존 보수적 입장서 선회 불가피
"필수자산 격상 방증" 업계 평가도


미국 퇴직연금 시장 1위 사업자인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자사 플랫폼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허용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랙록 등 경쟁사와 달리 보수적 입장을 유지해온 뱅가드의 이번 결정으로 퇴직연금 자금의 비트코인 시장 유입이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8일 외신 및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퇴직연금 시장 강자인 뱅가드가 기존 보수적 입장에서 벗어나 가상자산 ETF 거래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뱅가드는 그동안 "가상자산은 본질적 가치가 없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조차 막아왔던 운용사였다. 여전히 뱅가드 자체 가상자산 ETF 출시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지만, 다른 가상자산 ETF 중개 등 투자 옵션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뱅가드는 공식발표를 통해 "자체 가상자산 ETF나 뮤추얼 펀드를 출시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분석을 바탕으로 뱅가드 브로커리지 플랫폼에서 대부분의 제3자 가상자산 ETF 및 뮤추얼 펀드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상자산 ETF는 시장 변동성에도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당초 설계된 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랙록과 피델리티 등 경쟁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한 것과 달리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했던 뱅가드가 가상자산 업계에 진입한 것만으로 업계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종목 연구원은 "뱅가드의 결정은 시장 등락과 무관하게 가상자산이 고객의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할 수 없는 필수 자산으로 지위가 격상됐음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 홍성욱 연구원은 "뱅가드의 가상자산 ETF 거래 지원은 비트코인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나갈 것"이라며 "그만큼 비트코인이 투자 지형에서 중요해졌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뱅가드의 이번 결정은 비트코인 시장이 약세 국면을 겪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글로벌 금융 정보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최근 한 달 간 12%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10월 고점인 12만6000달러와 비교하면 30% 가까이 급락한 9만달러선에 머물러 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의 자금 유출세도 진정됐지만 본격적인 회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비트보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후 이어진 비트코인 현물 ETF 순유출은 최근 들어 일별 기준 순유입·순유출이 교차하면서 다소 진정된 모습이다. 다만 최근 30일 누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수십억달러 규모 순유출이 남아 있어 ETF 자금 흐름이 뚜렷한 회복 국면으로 돌아섰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뱅가드가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이 125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한 가운데 경쟁사인 블랙록으로 관련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2월에는 미국 노동부(DOL)가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한 연구원은 "가이드라인 변경으로 비트코인 ETF가 연금의 디폴트 옵션에 편입될 경우,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매월 수십억달러의 매수세가 집행된다"면서 "미국 퇴직연금 시장 규모의 약 1%만 비트코인으로 배분되어도 900억달러가 유입된다"고 추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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