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팹리스 설계 제품 웨이퍼 생산 추진
메모리 반도체도 '설계-생산 분업' 기대  |
| 경기 이천시 SK 하이닉스 본사. 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SK하이닉스가 국내 메모리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와 협력해 저전력 D램 등을 생산 및 지원하는 '스페셜티 D램' 웨이퍼 사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협력 구조가 시스템 반도체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 분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국내 중견 팹리스 기업과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특정 용도에 최적화된 스페셜티 D램 생산을 협의 중이다. 협업 대상 제품은 저전력 D램(LPDDR), 멀티칩패키지(MCP) 등으로 모바일 및 사물인터넷(IoT) 기기 중심의 수요가 예상된다.
해당 기업은 반도체 연구·개발(R&D)에 특화된 업체로 메모리 반도체를 핵심 사업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MCP △D램 △낸드플래시 기반 응용 제품 △레거시 메모리 등 다양한 메모리 반도체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스페셜티 D램은 범용 D램(PC·서버용)과 달리 특정 기능과 용도에 특화된 제품이다. 메모리 밸류체인 내 틈새 수요를 겨냥한 사업군으로 평가된다. 이번 사업은 국내 팹리스가 설계한 D램을 SK하이닉스가 웨이퍼 단위로 생산·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팹리스가 설계한 저전력 메모리 등을 SK하이닉스가 웨이퍼 단위로 제조해 공급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기존에 존재하던 사업 모델을 국내 시장에 맞춰 적용하는 것으로 상생 협력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스페셜티 D램 시장은 대만 난야(Nanya)와 파워칩(Powerchip) 등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3~5세대 구형(레거시) 공정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 팹리스 기업들도 이들 업체에 위탁 생산을 맡겨왔다.
글로벌 D램 시장은 현재 10나노미터급(1㎚·10억 분의 1m) 공정 기반의 DDR5 등 6세대 제품이 주력이나 20나노급 공정으로 생산되는 구형 제품 역시 보급형 스마트폰, 통신 장비, 폐쇄회로티브이(CCTV) 등에서 꾸준한 수요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협업으로 SK하이닉스는 스페셜티 D램 생산 기반 확보는 물론 사업 다각화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 기지로는 중국 우시(無錫) 공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우시 공장은 과거 SK하이닉스 D램 생산량의 40%를 담당했지만 현재 미·중 갈등과 극자외선(EUV) 장비 반입 제한 등의 여파로 첨단 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업계는 이번 협업이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팹리스-파운드리 구조를 정착시키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저전력·특수목적용 D램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설계-제조 협력을 통한 신규 수익원 확보 전략으로도 주목된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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