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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격 고공행진에 전선업계 함박웃음

파이낸셜뉴스 2025.12.03 18:59 댓글 0

현물 가격 t당 1만2000달러 전망
원가연동형 바탕 실적 개선 기대
글로벌 송전 인프라 확대도 한몫
HVDC 제품 수요 늘며 호황 국면


국제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국내 전선업계는 '에스컬레이션(원가연동형) 계약' 구조를 기반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LS전선·대한전선 등 주요 업체들은 1년치 이상의 견조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고부가 제품 수주와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슈퍼사이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송전 인프라 투자 확대 영향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t당 1만1280달러까지 치솟았다.

구리 가격은 지난달 21일 t당 1만685달러를 기록한 뒤 소폭 조정을 거쳐 최근 2주 새 5.6%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도 구리 선물 가격이 1.6% 급등하며 강한 매수세를 반영했다.

업계는 글로벌 공급 차질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가 최근 구리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광산업체들이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현지에 구리를 선반입하려는 움직임까지 겹치며 공급난을 더욱 심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전선업계는 구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선의 핵심 원자재인 전기동(순도 99.9%의 정제 구리)은 전선 생산 원가의 약 65%를 차지하는 주요 원료다.

이 가운데 국내 전선업계는 통상 구리 시세에 연동되는 원가연동형 조항을 계약에 반영해 제품 가격을 산정하고 있다. 이 구조 덕분에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전선 업체들도 일정 수준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평균 구리 가격이 전년 대비 7.8% 상승하는 동안 국내 주요 전선 4사(LS전선·대한전선·가온전선·일진전기)의 연간 매출은 7.6% 증가했다.

현재 전선 업계는 글로벌 송전 인프라 확대에 힘입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대비 20배 이상 많은 전력을 소비해 이를 감당하기 위한 신규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지로 보내는 데 적합한 초고압직류(HVDC) 해저 케이블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HVDC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4~6곳에 불과해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고객사들은 높은 가격을 감수하면서도 선제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리 가격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일종의 헤지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리 가격은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산업 수요가 반등 조짐을 보이며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t당 1만20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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