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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리스크’ 겹쳐 충격파… 조선·반도체·車 앞세워 극복 [비상계엄 1년]

파이낸셜뉴스 2025.12.02 18:19 댓글 0

산업
신인도 하락 방지·대미 강화 등
재계 위기 대응 리더십 돋보여
빠른 회복력으로 경쟁력 재확인


1년 전, 계엄 사태로 정국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한국 재계 리더들의 대응은 빨랐고 과감했다. 대외 신인도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31개국 33개 경제단체에 서신을 보내는가 하면,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경제사절단을 꾸려, 도널드 트럼프 2기 신정부 인사들과 빠르게 네트워크망을 구축했다. 조선·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산업은 최고의 대미 협상카드였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정가에서조차 "위기에 강한 한국이 다시 한 번 위기대응 공식을 새로 썼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韓 재계, 위기 대응 리더십 주목

2일 산업계는 계엄 사태와 대미 관세 리스크에도 올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 품목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8.4% 증가하며 역대 11월 중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일련의 위기 국면에서, 한국 산업계는 특유의 강한 회복력을 보여준 것이다.

기업이 '경제 안정판'이자 '위기 대응의 실질적 주체'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엄 사태 초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은 발빠르게 대미 민간 경제사절단을 꾸려 대외 신인도 하락 방지, 대미 네트워크 강화에 주력했다. 막판 한미 관세협상 국면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미국 워싱턴을 찾아, 가용할 수 있는 대미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는 등 우리 관세협상단을 측면 지원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최고경영자(CEO) 서밋 성공 개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방한 및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등은 한국 경제계가 다음 성장 단계로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기업들은 생산과 고용을 흔들림 없이 유지해 경제불안을 차단했고, 사회적 책임에 기반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면서 "동시에 공급망 재조정, 시장다변화 등 전략적 대응력으로 수출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한국 산업계 특유의 '순발력' '돌파력'에 '대미 소통능력'이 3박자를 이루며, 빠른 회복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최근엔 미국 조야로부터 역시 한국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 '위기에 강하다'는 긍정적 평가를 듣고 있다"며 "위기 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응, 돌파력, 경제계 리더들의 사명감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K제조업' 관세 위기 넘어 美 공략

한국은 이번 관세전쟁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한때 사양산업이라는 오명을 받았던 한국 조선업은 한미 신(新)경제협력의 상징으로 부상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국 조선기업들의 미국시장 진격이 기대된다. 한화오션은 현재 연간 1~1.5척에 불과한 미국 자회사인 필리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20척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HD현대는 미국 파트너와 공동 펀드를 조성해 현지 조선소 인수 및 신규 설립을 검토 중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내년부터 미국 조선소 인수와 업그레이드, 첨단 선박 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세계 최강 반도체 산업은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 투자 증설에 힘입어 다시 한 번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올라탔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를 발판으로 애플과 테슬라로부터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 그간 고전했던 파운드리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 2·4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10조 클럽'에 재입성했다. SK하이닉스도 올 3·4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어섰다.

자동차 업계는 포트폴리오 세분화 전략을 통해 관세 전쟁에서 살아남았다. 실제 올해 1∼11월 기준 자동차 누적 수출액은 660억4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간 최대 실적인 708억6000만달러까지 48억3000만달러만 남겨둔 가운데, 미국 품목관세 인하(25%→15%)가 11월 1일자로 소급 적용되면서 올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수출 기록 경신이 기정사실이 됐다는 평가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동찬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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