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주요뉴스

빼돌린 기술 65%는 中으로… 벌금·집유 그치던 처벌 세진다

파이낸셜뉴스 2025.12.01 18:13 댓글 0

기술유출에 간첩법 적용 추진
올 9월까지 벌써 15건 해외로
한번 새면 수십년 단숨에 따라잡혀
'최소 7년이상 징역' 처벌 강화
기업들 "실효성 높아지나" 기대


"기술유출로 수십년 쌓은 노력이 허물어지고 있는데, 처벌이 약해 과연 기술유출을 막아낼 수 있을까 이젠 무력감마저 든다."(국내 대기업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해외로 기술 빼가기 시도가 급증하며, 산업 전반의 '기술주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올 들어 9월까지 기술 해외유출 사건이 누적 15건 적발되는 등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산업계는 기술유출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치권이 기술유출이 최소 징역 7년을 규정한 간첩법 적용을 받도록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어 기술유출 대응의 실효성을 높일 것이란 기대가 피어나고 있다.

■韓 핵심기술 유출로 업계도 속앓이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해외 기술유출 사범 검거 현황(검찰 송치 기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3·4분기까지 기술 해외유출 사건은 총 15건 적발됐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8건에 그쳤던 기술유출 사건이 불과 한 분기 만에 7건이 늘었다.

해외 기업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내 첨단산업 기술을 빼돌리며 빠르게 기술 차이를 좁히고 있다. 특히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적발된 기술 해외유출 사범 76건 가운데 49건(64.5%)이 중국으로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자국 내 연구개발(R&D) 확대와 동시에 뛰어난 한국 기술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유출 사건은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올해 10월 초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임직원 2명이 내부 기술자료 수백장을 촬영해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같은 달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 최신 기술을 외부로 넘긴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충남 아산캠퍼스를 압수수색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삼성전자 D램 공정 기술을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에 유출한 혐의로 관련 인력을 구속기소했다.

■솜방망이 처벌부터 고쳐야

실제 기술유출이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우선 영업비밀 침해 등 기술침해 사건의 기소율은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현저히 낮다. 또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 핵심기술을 유출하면 3년 이상의 징역과 최대 65억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지만, 실제 처벌 수준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 등 낮은 형량이 적용돼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해석이다.

간첩법 개정안은 간첩행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이기 때문에, 개정안 통과 시 중국을 비롯한 타국 간첩행위 전반에 대해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국가 핵심기술 유출 대응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형법 98조인 간첩법의 최대 형량은 사형이고, 최소 7년형 이상 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높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내부 보안시스템을 아무리 강화해도 '걸려도 처벌이 약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으면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 법적 억지력이 확보되면 기업도 인력·데이터 보안 체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김형구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