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파이낸셜과 주식 교환
매수청구권 한도 1조2천억 그쳐
8%만 행사해도 거래 깨질 수도
3대주주 카카오 지분만 10.6%
한도액 조정 등으로 성사시킬듯
|
| 네이버가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식 합병 선언을 했다. 두나무를 품은 네이버는 인공지능(AI)뿐 아니라 원화 스테이블코인, 웹3 등 신흥 기술 생태계를 아우르는 거대기업이 된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왼쪽)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1조2000억원으로 설정해 불확실성을 남겨놨다. 3대 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지분율 10.6%)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해도 한도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두나무의 이익잉여금 4조7300억원을 감안하면 1조2000억원 한도는 상대적으로 과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수청구권 한도가 유동성에 비해 낮아 주주 반발 강도 등에 따라 딜이 깨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교환 결정과 함께 감자결정 공시를 냈다. 공시에 따르면 두나무 이사회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라 취득하는 자기주식을 소각하기로 결의했으며, 소각 한도는 1조2000억원, 최대 소각 가능 주식수는 273만1916주로 정했다.
주당 소각 가격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인 43만9252원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이는 두나무 전체 발행주식수 3486만5870주의 약 7.8%에 해당하는 규모다. 실제 소각될 주식수는 주주들 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에 따라 결정되며, 1조2000억원 한도를 초과할 경우 추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두나무 관계자는 "포괄적 주식교환 시 매수청구권 행사 주식을 소각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주식교환 계약서에 양사 주주들의 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각각 1조2000억원을 넘어설 경우 거래종결을 위한 선행조건 불충족으로 계약이 해제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이와 관련해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약 15조원(주당 43만9252원×발행주식 3486만5870주)으로 환산하면 1조2000억원은 전체 가치의 약 8%에 해당한다.
신영증권 서정연 연구원은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기존 주주는 내년 5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각 회사별 매수청구권 규모가 1조2000억원을 웃돌면 이번 계약은 협의하에 재조정되거나 해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두나무는 현재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25.5%로 1대 주주이다. 이어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13.1%),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6%),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 순이다.
문제는 현재도 8%를 넘는 지분을 보유한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도 약 1조2000억원 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 여기에 우리기술투자와 한화투자증권 등 다른 주요 주주 중 일부라도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한도를 넘어설 수 있다. 현재 5.9% 지분을 보유한 한화투자증권은 앞서 두나무 지분 매각을 검토하기도 했다.
두나무의 현금 동원 여력에 비해 1조2000억원 한도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도를 초과할 경우 추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거래일정에 차질을 빚거나 조건 재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주총회는 내년 5월 22일로 예정돼 있으며, 주식교환일은 같은 해 6월 30일이다. 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한도를 크게 초과할 경우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다만 공시 문구상 한도 금액이 조정 가능하고, 초과할 경우에도 협의를 통해 거래를 진행할 수 있어 실제 거래 무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네이버도 이번 거래를 통해 가상자산과 핀테크 사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적 목표가 명확한 만큼, 한도 조정을 통해 거래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날 오경석 두나무 대표 역시 "주요 주주들과 소통을 했고, 응원해 주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네이버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두나무의 핀테크 사업 확장이라는 니즈가 맞물려 양사 모두에 긍정적"이라며 "스테이블코인 및 가상자산 시장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임상혁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