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20명 물갈이' 대규모 인사
부회장단 전원 용퇴로 세대교체
박두환·차우철 2명 사장 승진
롯데웰푸드는 서정호 체제 전환
장남 신유열, 바이오 각자대표로
그룹 사업 전략컨트롤 핵심 역할
롯데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쇄신 인사를 단행하면서 전면적인 조직 체질 개선에 속도를 냈다. 헤드쿼터(HQ·HeadQuarter) 체제 폐지,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 선임, 부회장단 전원 퇴진 등 변화의 강도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업계는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재건의 '방향 설정 단계'에서 '실행 국면으로 넘어가는 신호'로 보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단행된 롯데의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주사 중심 통제 구조에서 계열사 책임경영 체제로의 이동이다. 9년간 유지해온 HQ 체제를 접고, 각 비즈니스 유닛(BU·Business Unit)과 계열사가 사업 운영과 전략 실행의 무게를 직접 책임지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롯데 관계자는 "단순한 조직 축소가 아니라 기존 총괄 중심 체제에서 각 계열사가 자율과 성과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신유열 부사장의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 선임은 역할의 무게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의 상징적 변화로 꼽힌다. 올해까지 미래전략을 설계하며 조율하는 위치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직접 사업을 책임지는 위치로 올라섰다는 의미다. 또 지주 내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아 투자·사업 조정과 신사업 배분 등 실행 권한이 크게 확대된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세대교체 속도다. 이번 인사에서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이영구 식품군 총괄 부회장, 김상현 유통군 총괄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등 기존 부회장단 4명이 전원 물러났다. 그룹 핵심 의사결정 라인이 대거 교체되면서 세대교체 기조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고경영자(CEO) 교체뿐 아니라 전체 60대 이상 임원 중 절반이 물러나고 81명이 신규 임원으로 승진하며 인사 폭이 크게 늘었다. 신임 임원 규모는 지난해 대비 30% 증가했다.
이번 정기 인사에서는 2명의 사장 승진자가 나왔다. 박두환 롯데지주 HR혁신실장과 차우철 롯데GRS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롯데마트 대표로 이동했다. 롯데지주는 고정욱·노준형 사장 체제로 운영되며, 조직 운영 기능은 재무와 전략·기획으로 이원화된다. 이를 뒷받침할 핵심 보직으로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에는 최영준 전무, 경영혁신실장에는 황민재 부사장이 각각 내정됐다.
사업군별 인사도 변화가 컸다. 유통뿐 아니라 건설·푸드·화학·글로벌 사업군에서도 조직 재정비와 포트폴리오 전환을 염두에 둔 인사가 이뤄졌다. 유통에서는 롯데백화점에 정현석 부사장이, 롯데e커머스에는 추대식 전무가 각각 대표로 내정됐다. 롯데건설은 오일근 대표 체제 아래 재무 안정화와 PF 리스크 대응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웰푸드는 서정호 대표 체제로 전환되며 조직 재정비와 수익 기반 사업 확장에 나선다.
화학 부문은 HQ 폐지 이후 PSO(Portfolio Strategy Office) 체제를 도입해 기능형 통합 조직으로 전환됐다. LC USA·롯데알미늄·GS화학 등 화학 계열사도 재정비가 이뤄졌다.
전문 인재 중용 원칙도 강화됐다. 김송기 롯데호텔 조리R&D(연구·개발)실장이 대한민국 조리명장으로 인정받아 만 65세에 상무로 승진했다. 여성 인재 발탁도 유지됐다. 이번 인사에서 전체 신임 임원의 10%인 8명이 여성으로 승진했으며, 조직 운영 핵심 라인에도 여성 리더의 참여 폭이 확대됐다.
롯데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신속한 변화 관리와 실행력 제고를 위한 성과 기반 수시 임원인사와 외부 인재 영입 원칙을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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