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출 실적 늘어나겠지만
해외 설비투자비용 눈덩이 예고
원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출대금이 상대적으로 확대될 수 있으나 대규모 현지 투자비용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고환율에 따른 실적 상승세가 관세 영향을 희석할 만한 규모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원자재·부품 가격 인상 여파로 내수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등 환율 효과가 구조적으로 깎여 나가는 구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약 80%에 달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수출 비중 덕분에 달러화 강세가 매출 증가로 이어져 고환율 기조는 완성차 산업에 단기적으로 호재로 평가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1400원대를 넘는 환율환경이 유지되면 자동차 업종에 유리한 수출환경이 전개돼 4·4분기부터 빠르게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며 달러당 환율이 50원 상승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 증가분이 각각 연간 1조1230억원, 683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현지생산 확대 등 구조변화로 예전처럼 '고환율 특수'를 외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8월 향후 미국에 4년간 26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가 지난 40년간 미국에 투자한 금액(205억달러)과 비교할 때 막대한 자금을 짧은 기간에 쏟아붓는 셈이다.
이에 고환율이 지속될수록 해외 설비투자 비용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최종 대미투자 규모를 발표했던 지난 8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89.7원으로 1400원을 하회했으나, 이달 들어 1457.1원까지 급상승했다. 이에 260억달러의 원화 환산액도 약 35조8000억원에서 38조1000원 수준으로 커졌다.
영업이익 상승분이 관세비용을 충당할 만큼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현대차 경영계획상 환율이 1350원이었는데 현재 1460원대"라며 "환율 10원 상승 시 영업이익이 2600억~2700억원 상승해 관세비용을 절반가량 상쇄시켜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환율 급상승으로 영업이익이 밀려 올라갈 수 있으나 환차익의 상승 효과만큼이나 미국 현지생산 비중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질 것"이라며 "고환율이 실적을 견인하는 동안 환율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비용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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