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마크 카니 총리 이어 잇단 방문  |
| 24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앞줄 왼쪽 첫 번째)가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앞줄 가운데)에게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의 특수선 안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
[파이낸셜뉴스] 60조원 규모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SP) 수주전이 청신호다. 주요 결정권을 쥔 실무최고 책임자인 산업부(ISED) 멜라니 졸리(Mélanie Joly) 장관이 24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했다. 지난달 30일 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에 이은 캐나다 정부 주요 인사의 방문이다. 졸리 장관은 최근 진수된 ‘장영실함’ 내부를 돌아보며 ‘장보고-Ⅲ 배치(Batch)-Ⅱ’ 잠수함과 한화오션의 역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검증했다.
캐나다 산업부는 국가 산업 전략, 공급망 강화, 기술·혁신 투자, 지역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는 핵심 부서다. 카니 정부의 경제안보중심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CPSP 사업은 단순 무기 획득을 넘어 캐나다의 산업, 공급망 구축, 경제 안보 전략을 구현하는 카니 정부의 핵심 산업 정책 사업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를 담당하는 졸리 장관은 방문을 통해 한국 측이 제안하는 경제 안보 협력 방향을 들었다.
한화오션 김희철 대표 등 경영진은 졸리 장관에 CPSP 사업에 제안했던 장보고-Ⅲ 배치(Batch)-Ⅱ 잠수함을 소개했다. 지난달 30일 시찰에 나선 뒤 “세계를 하나로 잇고 지켜내는 훌륭한 기업을 만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Congratulations on the remarkable company that you have created to connect and protect the world)”고 밝힌 카니 총리에 이어 졸리 장관도 여러 척의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이 동시 건조중인 현장을 돌아봤다.
카니 총리의 방문이 양국 간 안보 협력 강화를 상징하는 정치적 신뢰 구축의 장이었다면 이번 졸리 장관의 방문은 캐나다 정부가 CPSP 사업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산업·기술·경제적 타당성을 심층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평가된다. 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도입 시 잠수함 성능과 함께 자국 내 유지보수 역량 강화, 경제적 혜택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졸리 장관은 최근 여러 인터뷰와 공개 발언에서 “캐나다의 안보 역량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캐나다 기업의 실질적 산업 참여(Industrial Benefits)를 보장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이 필요하며 CPSP 사업에 대해 ‘캐나다 경제와 기술 생태계의 미래를 좌우할 대형 프로젝트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잠수함 도입에 따른 방위산업을 최대한 활용해 캐나다에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실무 장관으로서 업체의 역량을 직접 확인하려는 방문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은 카니 총리 일행 방문 시 장보고-Ⅲ 배치-Ⅱ의 성능과 납기 역량 뿐만 아니라, 캐나다의 주요 관심 분야를 반영한 한화그룹 차원의 광범위한 경제·산업 협력 구상도 제시했다. 방위협력?우주?지속가능 에너지?핵심 광물 분야에서 캐나다 정부 및 산업계와의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의지도 명확하게 개진했다.
한화오션 김희철 대표는 “캐나다 졸리 장관의 이번 방문은 한화오션이 제안한 CPSP 사업이 본격적인 경쟁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며 “한화오션은 캐나다 해군의 작전 요구조건을 충족할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뿐 아니라, 캐나다가 원하는 속도, 규모, 기술 이전, 공급망 구축을 동시에 실행하며 캐나다 산업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신뢰의 파트너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번 수주를 위해서는 한국-캐나다 정부부처간 추가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독일과 캐나다는 나토국으로 오래 전부터 안보협력 관계가 형성됐고, 유럽-북미간 경제관계가 밀접하다"면서도 "최근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캐나다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캐나다는 인도·태평양 국가와 경제안보협력을 새로운 활로로 보고 있다. 일본보다 한국에 더 기회가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경제협력 과제를 추가적으로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수함 사업을 통해 캐나다 정부의 동기가 구체화되고 경제적 교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에 부응할 수 있는 추가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해군은 지난 1998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도입해 보유 중인 2400t급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3000t급 잠수함 12척 조달사업을 추진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이 제안한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공기가 필요 없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3주 이상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최대 7000해리(약 1만2900㎞)를 운항할 수 있다. 태평양 및 대서양, 북극해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영역에서 운용이 가능해 캐나다 해군 작전환경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을 보유하는 등 비대칭 억제 전략을 펼칠 역량도 갖추고 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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