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앞세운 오리온, 올해 러시아 매출 47% 급증 공장 가동률 120% 육박해도 '공급 부족'...증설로 수요 대응 "지정학적 리스크 뚫고 현지 생산 유지와 한류 인기까지 더해져"  |
| 러시아 매장에 진열된 오리온 초코파이를 소비자가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속에서도 국내 대표 제과업체들인 오리온과
롯데웰푸드의 러시아 현지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러시아 진출 기업 상당수가 서방의 경제 제재로 수출입 통제, 투자 자금 난항 등 여러 리스크로 철수했지만 초코파이를 앞세운 이들 기업은 오히려 현지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리며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있다. 특히, 오리온은 올해 러시아 연간 매출액이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낙관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 러시아 법인의 올해 1~9월 매출액은 23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615억원) 대비 760억원(47.0%) 급증한 수치다. 러시아 공장가동률도 지난해 3·4분기까지 평균 100.0%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 17.6%p 증가하며 117.6%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해 러시아 지역에서 K스낵 기업 최초로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리온은 초코파이가 러시아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 공장 가동률을 117%까지 끌어올리며 초코파이 생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러시아에서 초코파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공급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오리온은 러시아 트베리 내 신공장동을 착공하고, 초코파이뿐 아니라 파이, 비스킷, 젤리 등 16개 생산라인을 증설하며 늘어나는 현지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도 올 3·4분기까지 러시아 법인의 매출이 7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33억원) 대비 150억원(23.7%) 증가한 수치다. 롯데웰푸드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빼빼로를 필두로 빙과, 초코파이류 등의 제품을 판매하며 러시아 지역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제과업체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선전하는 건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러-우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도 현지 생산 기반을 유지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러시아에도 확산된 한류의 긍정적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오리온은 오리지널 초코파이 제품 외에도 마시멜로 안에 잼을 넣은 초코파이, 캐러멜맛 초코파이 등을 개발해 현지에서 유통하며 러시아인의 입맛 공략에 성공했다. 인도에서 초코파이 열풍을 이끈 롯데웰푸드 역시 러시아 현지 시장에 바나나·딸기·치즈 등 제품을 선보이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현지에서 한국 기업의 초코파이 인기가 대단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서방의 제재로 인해 자금 조달, 수출입 등에서 리스크가 있지만 현지 진출 기업은 대러 투자를 지속해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러시아에서 반강제로 철수한 여타 기업들과 달리 K푸드는 현지 점유율이나 인기가 높아 현지 생산 및 판매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유럽 기업과 다르게 한국 기업의 이미지가 좋고 한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K푸드 인기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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