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조원 기술 수출 에이비엘
"내년 미팅 약속 많아" 낭보 예고
플랫폼 확보 국내 기업들도 눈길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와 올해만 8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바이오 산업의 관심이 '플랫폼 기술'에 집중되고 있다. 단일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공 여부에 좌우되던 기존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의약품이 체내에서 어떻게 전달되고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설계하는 기반 기술이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12일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릴리와 약 3조8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랩바디-B(Grabody-B)'는 약물이 뇌혈관장벽(BBB)을 효율적으로 통과하도록 돕는 이중항체 기반 플랫폼이다.
항체 치료제가 중추신경계(CNS) 깊숙한 부위까지 전달되도록 설계돼 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 난치성 뇌질환 분야에서 임상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4월에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4조원 규모의 그랩바디-B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올해 누적 규모는 8조원에 달한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이번 릴리와의 계약 이후 첫 공식석상인 이날 기업간담회에서 "내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빅파마들과 미팅이 벌써 많이 잡혔다"며 추가 계약에 대한 가능성도 시사했다.
플랫폼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신라젠의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시리즈(GEEV 플랫폼)'도 차세대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SJ-600은 기존 항암바이러스가 지닌 구조적 약점인 체내 면역 회피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백시니아 바이러스 외피에 인간 보체조절단백질 CD55를 발현시킨 것이 특징이다.
지투지바이오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이노램프(INOLAMP)' 역시 차세대 플랫폼 시장의 주요 축으로 부상했다. 이노램프는 약물의 화학적 특성을 정밀 조정해 체내 안정성과 생체이용률을 극대화하는 기술로, 펩타이드·저분자 약물 전달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기존 제형의 흡수 불균일 문제나 잦은 투약 필요성을 해결할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가 선호하는 기술로 꼽힌다.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분야에서는 인투셀의 '오파스(OHPAS) 링커' 기술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 중국 바이오텍과의 특허 논란을 정리하며 글로벌 협업 동력을 회복한 것이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신약 후보물질이 아니라 플랫폼 기술이 기업의 기술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K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이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범용성, 확장성, 재현성을 갖춘 플랫폼 기술 확보가 필수 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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