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주요뉴스

[강남 視角] 꼼꼼한 확인이 필요할 때

파이낸셜뉴스 2025.11.09 18:43 댓글 0

홍창기 금융부 부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한국 사랑'으로 시작된 11월도 어느덧 중순으로 향해가고 있다. 1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황 CEO의 한마디 한마디는 큰 주목을 받았다. 삼성 이건희 선대회장의 편지부터, 한국은 엔비디아의 심장부에 있다는 황 CEO의 스토리텔링은 실리콘밸리 스타일 그대로였다. 비전을 제시하는 것 말이다.

황 CEO와 같은 실리콘밸리 리더들은 단순한 기업 홍보나 성과 보고 식의 발언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비전이나 철학, 감정의 설득을 기반으로 서사형 발언을 주로 한다. 실제로 황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치맥 회동이나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실리콘밸리 CEO 스타일의 발언을 계속했다. "오늘날의 엔비디아를 만든 것이 대한민국이다. 나는 대한민국과 함께 자라난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국을 공동체로 끌어들이는 화법이 그랬다.

실리콘밸리 등 미국 기업인들 특유의 화려한 수사(rhetoric)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가 정말로 한국에 큰 애정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그가 한국에 커다란 애정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황 CEO는 대만과 중국을 방문할 때도 최근 우리나라에서 말한 것과 엇비슷한 발언을 했다.

황 CEO의 발언을 생각 없이 듣다 보면 한국은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을 우선적으로 공급받으면서 곧바로 AI 강국이 될 것만 같다. 황 CEO는 한국이 26만개의 블랙웰을 공급받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26만개를 언제부터 얼마의 단가로 공급받는지, 이미 다른 국가와 계약된 것보다 우선적으로 공급되는지 등등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공급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황 CEO의 발언 중 확실한 것은 엔비디아가 한국에 26만개의 블랙웰을 공급한다는 것뿐이다. 우리가 냉정해져야 하는 이유다.

문구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냉정해져야 하는 경우는 또 있다. 특히 보험상품 가입에 있어서 그렇다.

이런 점에서 홈쇼핑 채널의 보험 가입 방송과 보험 광고가 위험해 보인다. 홈쇼핑 채널의 보험 판매 방송과 보험 광고는 그동안 수많은 제도개선을 통해 규제가 강화됐다.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여전히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많아 보인다. '횟수제한 없이' '가입일부터 보장' 등의 문구는 해당 보험상품에 가입하면 가입 당일부터 수백만원을 손에 쥘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할 요소가 충분하다. 홈쇼핑뿐 아니라 보험상품을 가입할 수 있는 채널이 지속적으로 넓어지고 있지만 홈쇼핑에서 보험상품을 가입하는 사람도 여전히 꽤 있다. 시청자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도 홈쇼핑 채널은 특정 세대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리한 보험상품 가입 창구다. 그렇지만 여러 차례 제도개선에도 홈쇼핑 등 비대면 채널의 불완전판매 비율이 높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새 원장 취임 후 출범한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또 금융상품 제조·설계부터 심사·판매 단계까지 소비자 보호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광고·개인정보보호·소비자 선택권 강화 등 체감과제를 발굴할 예정이다.

소비자 보호가 잘 이뤄지지 않는 금융 분야가 보험이다. 보험업계가 소비자 보호를 외치는 금융당국의 구호에 긴장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홈쇼핑 채널의 보험 판매 방송과 보험 광고 불완전판매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 교묘하게 보험상품 보장내역을 혼동시키는 식은 더 이상 안된다. 예전에 문제가 돼 제재를 받았던 "오늘은 상담만"이라는 식의 유도도, 사은품도 엄정하게 제재해야 한다. 홈쇼핑 불완전판매를 상징했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가 다시 나와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보장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채 보험금을 못 받는 소비자는 더 이상 나오면 안 된다.




theveryfirst@fnnews.com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