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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실적 14개월째 하락… 산재 리스크에 신규 수주도 실종 [건설업 침체의 늪]

파이낸셜뉴스 2025.08.10 18:27 댓글 0

6월 기성액 전년대비 12% 줄고
투자는 5분기째 마이너스 행진
공사비 치솟고 PF 개선 안된탓
현장에선 "외환위기때보다 심각"
기업들 美투자 늘리는 것도 변수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등 '빅3' 건설사의 국내 건설현장이 2년 새 30% 사라진 것은 건설업 침체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수치다. 현장 감소는 주택은 물론 비주거, 토목 등 유형 가릴 것 없이 전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빅3 외에 다른 건설사도 사정은 비슷하다"며 "가뜩이나 매출·영업이익도 안 좋은데 안전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수주는 더 줄고, 불황은 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업계 "사상 최악으로 심각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최근 6월 통계를 분석한 결과 건설 기성액(실질)은 14개월 연속 하락국면이 이어졌고, 건설투자는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각종 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건설 기성액은 특정 기간 실제로 수행한 공사실적을 금액으로 환산한 수치다. 지난 6월 건설 기성액은 전년 동월 대비 1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19.8%)에 이어 또다시 두자릿수 감소세다. 건설 기성액은 지난 2024년 5월부터 14개월 연속 유례없는 하락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건설투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통계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11.7% 감소했다. 지난 1·4분기에도 -13.3%로 두자릿수 감소 폭을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2024년 2·4분기부터 5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황세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위원은 "올 상반기 건설투자 역시 크게 감소하면서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먹거리인 신규 수주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총수주액은 22조438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9% 줄었다. 공공은 19.4%, 민간은 14.3% 감소했다.

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수주실적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와 동행지표인 건설기성 실적이 모두 부진하면서 건설경기 침체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대형사 한 임원은 "현장에서는 외환위기·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신규수주 올스톱 위기

전문가들은 올해 연간 건설투자 역시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반기에 다소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으나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공사비 급등에 따른 원가율 상승, 경기침체, 대출규제, 부동산 금융 위축 등 악재에다 안전 리스크도 부상하고 있는 등 경험하지 못한 '다중고'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황 전문위원은 "일부 지표 회복세가 건설투자에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충분히 개선되지 못한 가운데 안전관리 강화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 등으로 건설투자 회복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신규 수주를 사실상 중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박철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 리스크에 대출규제 등 사업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비용도 높아졌고, 리스크도 커지는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관세정책으로 우리 기업들이 국내 공장 대신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복병이다.

박 연구위원은 "연간 기준으로도 올해 건설투자는 마이너스가 예상되면서 사상 초유의 5년 연속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며 "건설투자가 이렇게 감소한 것은 역대 최장 기간이고, 내수에 너무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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