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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뉴스

[초동시각]IPO시장의 상장 첫날은 투기판?

아시아경제 2023.09.25 13:28 댓글0

공모주 투자자는 새내기주 상장 첫날 팔고 떠나기 바쁘다. 예비 상장사는 증시 입성을 추진하면서 경쟁력과 성장 전략 등을 설파하지만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장기 투자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감독당국이 올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려고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지만 아직 효과를 체감하긴 어렵다.




감독당국은 지난 6월26일부터 새내기 주식의 상장 첫날 주가 변동폭을 공모가의 60~400%로 확대했다. 신규 상장 기업의 적정가격 조기 발견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표 주관 업무 등 모범기준 개정안은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수요예측 기간은 기존 2영업일에서 5영업일로 늘었다. 주관사는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 투자가의 주금 납입 능력을 확인하고 있다. 허수성 청약을 막고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수요예측에서 허수성 주문이 줄어든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그래서 달라진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상장 당일 변동폭 확대 영향이 가장 큰 탓이다.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이 몰리면서 공모주 청약 시장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지만 상장한 지 한달이 지나고 나면 주가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달 들어 IPO 시장으로 시중자금 수십조원이 몰렸다.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주 청약에 나선 두산로보틱스를 비롯해 인스웨이브시스템즈·밀리의서재·아이엠티·한싹·레뷰코퍼레이션 등 6개사에 몰린 증거금은 총 44조6000억원에 이른다. 수요예측에서 예비 상장사 6개사는 모두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주금 납입 능력을 확인하기 전보다 경쟁률은 낮아졌지만 희망범위 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는 비율은 별반 차이가 없다. 공모주 청약에 나선 6개사는 수요예측에서 모두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올 들어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는 수요예측 경쟁률 272대 1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000대 1은 넘어야 흥행에 성공했다고 평했던 것을 고려하면 '기대주' 두산로보틱스의 경쟁률은 초라한 수준이다. 그래도 상장 주관사와 두산로보틱스는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인 2만6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결국 허수 청약을 막아서 수요예측 경쟁률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적정 공모가를 산정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달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국내 증시가 부진했다. 그러자 상장 첫날 변동폭 확대로 기대 수익률이 높아진 공모주 청약에 자금이 더욱 쏠렸다.




달도 차면 기운다. 새내기 상장사 주가가 한 달 후면 공모가를 밑도는 현상이 고착되면 상장 첫날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상장 첫날 투기성 자금의 투기판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변동폭 확대 제도를 시행한 후 국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 가운데 한 달 후 주가가 상장 초기 주가보다 높은 상장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신장개업(신규 상장) 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주가는 뒷걸음질치는 게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건전성 제고뿐만 아니라 적정가격 조기 발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결과다.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상장한 이후로 꾸준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장을 미뤄왔던 대어급 공모주가 본격적으로 상장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상장 초기 반짝했다가 이후로 주가가 미끄러진다면 IPO 시장 투자심리는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















박형수 증권시장부 차장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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