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변경 이후 평균 677대 1 그쳐
참여기관 수 늘어 시장재편 긍정적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에서 허수성 청약이 금지되면서 경쟁률이 반토막이 났다.
'경쟁률 뻥튀기'가 사라지면서 IPO 시장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재편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단순 경쟁률 대신 참여기관 수가 공모주 투자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수요예측 제도변경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9개 기업(스팩 제외)의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677대 1로 집계됐다. 하반기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제도변경 대상이 아닌 8곳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1417대 1이다.
지난 7월 1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제도가 바뀌면서 수요예측 경쟁률이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4월 정부의 '허수성 청약방지 등 IPO 시장 건전성 제고방안'에 대한 후속조치로 관련 규정과 모범기준을 개정한 바 있다.
주관회사가 수요예측 시 기관투자자의 주금납입 능력을 확인해야 하고, 납입능력을 초과해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에는 제재가 가해진다. 수요예측 일정도 기존 2영업일에서 5영업일로 늘어났다.
그간 기관투자자가 공모주 배정을 받기 위해 납입능력을 초과하는 물량을 신청하는 뻥튀기 청약은 IPO 시장에서 관행처럼 굳어져왔다. 지난해 초
LG에너지솔루션 공모 당시에는 순자산 1억원에 불과한 기관이 9조5000억원어치를 신청해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변경으로 허수성 청약에 왜곡됐던 공모주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납입능력에 맞게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수요예측 신청수량 자체는 줄었지만 참여기관 수는 늘어난 점을 고려했을 때 그간의 허수 주문에 따른 '경쟁률 거품'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어서다.
실제 제도변경 이후 IPO를 진행한 9개 기업에는 평균적으로 기관 1683곳, 변경 이전에는 기관 1625곳이 각각 참여해 참여기관이 소폭 늘었다.
대표적으로 두산로보틱스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272대 1로 제도변경 이후 공모를 진행한 기업들 가운데 두 번째로 경쟁률이 낮았으나 참여기관 수는 1920곳으로 가장 많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바뀌기 전에는 자격이 안 되는 기관들도 일단 다 쓰고 보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관사가 꼼꼼하게 주금 납입능력 등을 확인하다 보니 그런 기관들이 없어졌다"며 "수요예측 경쟁률이 낮아졌다기보다는 정상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달라진 제도하에서는 수요예측 경쟁률보다 참여기관 수가 흥행의 척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견상 경쟁률은 높지 않더라도 참여한 기관이 많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