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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뉴스1 |
[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1,480원 선까지 넘어섰다. 외환 당국이 수급 조절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달러 강세와 외국인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에서는 심리적 저지선이 잇따라 무너지며 '1달러=1,500원'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상승한 1479.8원을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482.3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4월 9일(장중 1,487.6원)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종가 기준으로도 4월 9일(1481.1원) 이후 최고치를 찍으며 원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상승세의 주된 원인은 복합적이다. 미국 고용지표 부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다시 반등했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렬이 이어지며 원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외환 당국은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를 가동하며 시장 개입에 나섰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장중 상승 폭이 일시적으로 주춤했으나, 거세진 달러 매수 심리를 꺾지는 못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인덱스 반등과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세가 겹치며 수급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1,470원과 1,475원이 차례로 뚫린 데 이어 1480원 선마저 위협받으며 단기 저항선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환율 1500원 돌파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의 균형점이 상향 이동해 연말 환율이 1500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하고 나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전통적인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물가와 성장 양극화를 고려할 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0.3%포인트 뛴다.
한은은 고환율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2.1%)를 웃도는 2.3%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치솟는 환율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물가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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