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시타델(Citadel)의 최고경영자(CEO) 켄 그리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와 백악관 간에 "명확한 거리(distance)를 둬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 인사를 연준 의장에 지명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월가의 불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핀은 16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대통령과 차기 연준 의장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치는 백악관과 연준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고문이 연준 의장으로 적합한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번 발언은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 인선 경쟁이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에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 1·2기에서 모두 활동한 해싯은 한때 파월 의장 후임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싯의 '확률'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월가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 해싯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충분히 독립적이지 못하고,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지나치게 호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같은 문제 제기를 직접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싯은 그동안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서 벗어나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그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경제 정책과 관련해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이를 연준의 금리 결정 기구에 전달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그는 "대통령은 경제를 오랫동안 지켜본 숙련된 관찰자"라고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지난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과 월가 간 가교 역할을 했던 전직 연준 이사 케빈 워시가 연준 의장으로서 더 적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그리핀은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내 선택을 공개적으로 던지는 것이 현재의 논의나 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이 글로벌 시장과 미국 투자자, 소비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을 관리할 수 있다는 최대한의 안도감을 줄 수 있는 인물을 기준으로 결정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리핀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공식 시행되기 전부터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인물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후보들의 주요 후원자였지만 지난해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식 지지는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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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 그리핀 시타델 CEO. 사진=연합뉴스 |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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