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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증시

굳어진 고환율, 물가 더 밀어올리나

파이낸셜뉴스 2025.12.02 18:03 댓글0

원·달러 1470원대 반영 안됐는데
11월 소비자물가 이미 2.4% 올라
내년초부터 본격 상승 압박할 듯


1500원대를 눈앞에 둔 원·달러 환율이 소비자물가의 최대 상방 리스크로 부상했다. 고환율 효과가 본격 반영되기도 전에 물가가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 내년 초 물가 흐름을 흔들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11월 소비자물가는 고환율 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상승하고 농축수산물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2.4% 상승했다"며 "높아진 환율이 향후 물가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비상계엄 충격으로 1470원대에서 출발한 환율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잠시 1350원대로 내려갔지만 지난달부터 미국발 강달러에 밀리며 다시 1400원대를 가볍게 돌파했다. 최근에는 1470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달 1일 기준 올해 연평균 환율은 1419.16원이다. 외환위기(1395원), 금융위기(1276.4원) 당시보다 높은 수준이다. 고환율이 일시적 상황이 아니라 구조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다.

전문가들은 환율 급등이 특히 석유류, 수입 식료품, 농축수산물 등 생활물가 핵심 품목을 정면으로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원자재·에너지 비용이 뛰면 생산·물류·유통 전 과정에서 가격이 겹겹이 전가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환율상승 효과가 곧바로 물가지표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입물가에서 소비자물가로 이어지는 전달 경로에는 통상 1~3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즉 지금의 1470원대 환율 수준이 당장 체감되지 않는다 해도,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인 물가 압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은이 최근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각각 2.0%→2.1%, 1.9%→2.1%로 소폭 상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은 이미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11월 석유류 물가는 5.9% 상승, 올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오름 폭을 나타냈다.

고환율이 단기간에 꺾이기 어렵다는 전망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의 금리인하 지연, 지정학적 리스크, 국내 성장둔화 등이 원화 강세 전환을 어렵게 하고 있다. 대내외 환경이 겹치면서 외환시장에서는 "1500원대 진입 가능성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는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 외환 전문가는 "현재의 환율 수준은 이미 상단 부근에 와 있지만 주요 변수들의 흐름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압력이 남아 있다"며 "1500원대에 들어설 경우 내년 물가 흐름은 다시 상승 국면으로 돌아설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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