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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단체 vs. 플랫폼’ 갈등 심화 [홍승진의 K-유니콘]

파이낸셜뉴스 2021.06.10 18:40 댓글0

최근 플랫폼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이 전문가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의사, 세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 단체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힐링페이퍼가 운영하는 미용·의료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성형 등 의료기관 이용후기 토대로 소비자들과 병원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대한의사협회는 강남언니에 가입한 의사에게 탈퇴를 요구하고, 최근에는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 확대 및 심의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법과 시행령을 개정해줄 것을 국회와 정부에 요구했다.

자비스앤빌런즈라는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세무회계 플랫폼 '삼쩜삼'은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3.3% 사업소득세를 내는 프리랜서, 아르바이트생, 배달, 택배, 대리기사 등 독립 노동자들이 누락된 환급액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한국세무사고시회는 지난 4월 자비스앤빌런즈를 세무사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법률 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IT 기반으로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해주고 있다. 또 형사사건 형량예측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5년과 2016년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각각 변호사법 위반으로 로앤컴퍼니를 고발했지만 무혐의 처분됐다.

지난해에는 직역수호변호사단이라는 변호사단체에서 고발했다. 지난달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의 로톡 이용을 제한하는 '변호사업무광고규정'과 '변호사윤리장전' 개정안을 처리했다.

전문가 단체와 플랫폼 간 갈등을 단순히 밥그릇 싸움으로만 보기에는 양측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 로톡의 경우 변호사 단체에서는 "변호사가 플랫폼에 종속되면서 질 낮은 서비스가 제공되고 공정한 수임질서를 해친다"고 한다. 로앤컴퍼니에서는 "기존에 네트워크가 있는 기득권 변호사에 비해 청년변호사가 쉽게 의뢰인을 만날 수 있으며 의뢰인 입장에서도 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어 법률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준다"고 설명한다.

자비스앤빌런스의 경우에도, 자사가 운영하는 세무대행 서비스와 관련, 아직 고객이 미미한 개업 초기 세무사가 별도 마케팅이나 영업을 하지 않아도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세무사 단체에서는 IT로 대량 세무업무가 처리되면 세무대리 업무가 부실해진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전문가 단체와 플랫폼 운영사들이 다투고 있지만, 정작 일반 소비자는 이런 복잡한 법률적 쟁점이나 누구의 말이 맞는지 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 소비자들은 서비스 제공자가 누구이든 그저 편하고 좋으면 사용할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서비스 현황을 살펴보자. 강남언니 누적 가입자는 300만명이 넘고 사용자 시술 후기는 65만건이 넘는다.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도 누적 환급액 규모가 1000억원을 돌파했다. 로톡의 경우 개업 변호사의 15% 수준인 4000명에 변호사가 사용하고 있으며, 월간 상담건수는 작년 기준 약 1만5000건에 달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사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다.

이들 플랫폼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전문 자격사들이 이에 종속되게 되면 서비스 질이 떨어지게 되고 그 손해는 결국 일반 사용자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전문가 단체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애초에 이들 플랫폼이 왜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들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전문자격사들을 통해 직접 제공되는 서비스보다 별로라면 사용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애초에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닐까?

엔젤리그 이사·변호사 (카이스트 K스쿨 겸임교수)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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