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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매도’인데… 증권사 ‘중립’ 권하는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2024.05.09 18:22 댓글0

당국 ‘매도 보고서 활성화’에도
1분기 증권사 19곳 중립 비중 늘어
"해외, 공매도 등 다양한 투자 수요
국내 투자규제 완화해야 활성화"


최근 1년 동안 증권사들의 '중립' 의견 보고서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 일색의 보고서 관행을 근절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도 구조적 문제로 인해 '매도' 의견의 대안으로 '중립'을 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말 기준 국내 3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종목 보고서의 투자의견 '중립' 비중은 평균 8.89%로 집계됐다. 전년동기(6.32%) 대비 2%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매도' 의견 비중도 지난해 0.08%에서 올해 0.12%로 미세하게 늘어난 반면, '매수' 의견은 93.6%에서 90.9%로 감소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19곳이 '중립' 의견 비중을 지난해 대비 확대했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매도' 리포트는 '0건'이지만 '중립' 비율은 높아졌다.

'매도' 의견을 내는 증권사는 여전히 드물다. 올해 1·4분기까지 최근 1년 사이 '매도' 비율을 높인 곳은 다올투자증권, BNK투자증권, 신영증권,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총 5곳이다. 이 가운데 다올투자증권과 BNK투자증권은 이례적으로 '중립' 비율을 2배 이상 높인 가운데 '매도' 보고서를 신규로 내놨다. 이 외에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매도' 비율 0%를 유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DB금융투자는 지난해 '매도' 리포트를 내놨지만 올해는 전무하다.

이와 달리, 해외 증권사의 올해 1·4분기까지 '매도' 의견 비중은 맥쿼리증권(61.5%), 모간스탠리(16.8%), 골드만삭스(16.5%) 등으로 국내 증권사보다 훨씬 높다.

금융당국의 '매도 보고서 활성화' 방침에도 국내 증권사 보고서에서 '매도'보다 '중립' 비율이 확대된 것은 '중립' 의견을 사실상 '매도' 리포트로 보는 증권가 시각과 무관치 않다.

업계에서는 "무턱대고 목표주가를 높이는 매수 보고서를 자제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 공감대가 생겼지만 구조적·환경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매도' 의견을 쉽게 낼 수 없다"고 항변한다. 대안으로 '중립' 의견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와 해외 증권사 간에 '매도' 비율의 간극이 큰 것은 매수·매도 보고서 니즈가 아예 다르기 때문"이라며 "국내는 법인영업을 중심으로 기관 영업을 위한 보고서 발간이 주요 목적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매수 보고서를 내는 반면, 해외는 공매도 등 더 다양한 투자수요가 있어 매도 보고서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계처럼 국내 기관들에 대한 투자 규제가 완화된다면 당국이 억지로 '매도 보고서 활성화'를 내걸지 않더라도 국내 증권사들이 알아서 매도 보고서를 활발히 작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이 지난해 매도 보고서 증가와 함께 내걸었던 '독립리서치 제도화' 역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 리서치 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개최한 간담회에서 독립리서치 제고 방안 등을 거론하긴 했지만 1년 가까이 진척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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