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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도 '채찍'도 없는 가이드라인에 벌써 힘빠진 밸류업

파이낸셜뉴스 2024.05.06 18:34 댓글0

2차까지 확실한 인센티브 안담겨
법인세 완화 등 여전히 논의만
"기업 자율만으론 한계" 목소리


지난 2일 금융당국 주도로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에 또다시 세제혜택 등 직접적 유인책은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1차 세미나와 비교해 봐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보고서에 추가할 수 있는 항목을 제시하는 데 그쳤을 뿐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여전히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주주환원 등 밸류업 행위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당초 밸류업 발표 시점에 비해 낮아지는 중이다.

6일 기재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지원을 논의 중인 대표적인 세목은 법인세, 배당소득세 등이다. 지난 3월 19일 열린 자본시장 간담회에서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서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법인세를 직접적으로 지목했다. 이어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 현지에서는 "배당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하겠다"고 지원세목을 확대·구체화했다.

이 밖에도 기업들이 당기소득의 일정 비율(70%)을 투자, 근로자 임금 확대, 상생지원에 사용하지 않으면 미달액의 20%를 법인세로 추가 납부해야 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도 내년이면 일몰을 맞는다. 투상세 산정 과정에서 주주배당은 2018년부터 빠져 있는 상태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배당 확대를 권고하는 만큼 상충하는 면이 있어 상장사들로부터 개편 목소리가 높다.

세법개정안 발표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이 같은 시장의 기대감은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담기지 못했다.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은 지배구조 등 비재무지표를 공시하고 '쪼개기 상장' 등 일반주주의 권익과 관련한 내용을 기업 보고서에 담는 등 '권장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별다른 페널티를 부과하지는 않는 '자발적 참여' 사항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기업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가이드라인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검토를 마치는 대로 기업 지원방안을 추가로 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보험·자동차 등 '밸류업 수혜주'로 여겨지는 주식들에서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근본적으로 자사 주식가치를 올리면 오히려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방침인 만큼 '부자감세' 프레임을 벗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지난 총선으로 범야권이 192석을 확보하며 강력한 인센티브 추진에 더 큰 제동이 걸렸다.

김영역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세제지원이 밸류업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과 투자자들의 장기적인 태도 변화가 이뤄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총 상위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줄었음에도 배당은 늘어나는 추세"라며 "밸류업이 시장 전체 가치를 올리는 방향인 만큼 장기적으로 자연스럽게 변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나친 배당 확대는 오히려 투자 감소로 이어져 미래 가치를 깎을 수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표를 재고해 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법인세를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우선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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