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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이제 곧 보게 될 뉴스들

파이낸셜뉴스 2024.04.17 18:20 댓글0

안승현 경제부장
잠깐 비가 오는가 싶더니 이번 주 내내 최고기온이 20도를 넘을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고 있다. 봄이야 점점 짧아지는 추세지만 올해는 꽃샘추위가 제법 길어서 그런지 갑자기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느낌도 든다.

시끄럽던 총선이 끝났으니 다시 인식을 현실세계로 되돌려 보자. 우리가 정말 몇 주 안에 듣게 될 이야기들일지도 모른다. 날이 더워지면 꼭 나오는 얘기. 바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거다.

지난 2022년 하반기 상황으로 잠시만 되돌아 가보자. 발전원가는 계속 오르는데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는 한전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채권을 한계치까지 발행하고 있었다. 우량 채권인 한전채가 계속 시장에 쏟아지자 이번에는 한전채가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다른 기업들은 채권이 안 팔리니 은행 대출에 의존하게 됐고, 곧 은행채 발행도 늘었다. 초우량 채권인 한전채와 은행채가 시중자금을 싹쓸이하자 기업들이 돈가뭄에 시달리기 시작했는데 그때 바로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다. 한전채와 레고랜드가 정확히 인과관계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흐름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결국 올려야 하는 전기료를 눈치 보느라 못 올렸던 전 정부와 현 정부의 미적거림에서 비롯된 일이다.

작년 1·4분기부터 시장에서는 '더 이상 안 올리고 버티면 다 죽는다'는 경고가 터져 나왔지만, 정부는 무려 5월까지 시간을 끌다 그야말로 '찔끔' 수준의 인상을 확정했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8월 냉방비 고지서가 9월에 날아오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폭탄 터지는 소리와 비명이 난무했다. 소위 '냉방비 폭탄' 현실화였는데, 이는 겨울에 또다시 난방비 폭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기료, 가스비, 난방비가 오를 땐 '폭탄'이라는 표현을 붙이는데 갑자기 터져 나와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의미다. 그런데 더 자주 오르는 유가에는 폭탄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주유비는 원래 매일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는 걸 소비자가 받아들이고 있어서다.

한전 적자판매 구조의 불합리성과 전기료 인상의 당위성은 수도 없이 논한 문제이니 또 거론할 필요는 없고, 해결책은 뭐냐를 따져야 한다. 해법의 조건은 간단하다. 전기료를 휘발유 값만큼은 아니지만 원가를 반영해 쉽게 올리고 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과의 완전한 분리다.

총선도 끝났으니 지난해 논의를 시작했다가 슬그머니 소식이 끊긴 '전기위원회 확대 개편'을 다시 수면으로 끌어올릴 때가 됐다.

지금 전기위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구인데, 이를 독립기구로 확대 개편해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토록 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전기료 버전인 셈이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가 이렇게 하고 있다.

사실 갑자기 어디서 떨어진 비책이 아니다. 이미 윤석열 정권 인수위에서부터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의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에서도 지난해 전기위를 독립시키는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까지 발주하면서 제법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데 작년 연말을 지나면서 지금까지 진행상황은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유가, 환율, 중동불안 등으로 또다시 돌아가는 상황이 불안불안하다. 여소야대의 총선 결과로 정부가 정책 추진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지만 벌써 2년이나 수면 아래 묵혀놨던 '전기위 확대 개편계획'을 다시 꺼내 들어야 한다.

전기요금을 국회에서 결정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지금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전기료 폭탄에 대한 책임론은 항상 정부와 집권당을 괴롭히는 고질병으로 남을 것이다.

필요한 요금은 올려야 할 때 올리는 게 충격을 줄이는 방법이다. 동결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포퓰리즘이다.

ahnm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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