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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일본경제 이해하기

파이낸셜뉴스 2024.03.28 18:53 댓글0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시대를 접었고, 주가지수는 1989년의 최고치를 넘어 4만을 뚫었다는 뉴스로 세상이 난리다. 일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주가가 오른 이유를 살펴보면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의 성과가 개선된 것이 한 이유다. 2023년 기준 일본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13% 늘었다. 하지만, 이것이 핵심은 아니다. 잃어버린 30년을 끝내기 위한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몸부림, 즉 물가하락을 저지하기 위한 통화공급과 금융시장 간섭이 가장 큰 이유다.

통화공급은 2013년 아베 정부에서 노골화되었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째, 이자율을 극단적으로 낮추었다. 2013년, 기준금리를 0으로 내렸다. 그래도 물가가 오르지 않자 2016년, 마이너스 금리로 전환했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벌금을 내게 해 가계와 기업으로의 대출을 늘리게 하기 위해서다. 둘째, 일본 중앙은행이 정부의 10년 만기 국채를 사들이며 금리 상한선을 0%로 묶었다(수익률곡선 통제정책). 즉, 이자 없이 일본은행이 정부채권을 사는 방법을 고안해, 정부가 원하는 만큼의 통화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일본은행은 금융시장 간섭에도 나섰다. 주식시장이 붕괴하자 상장지수펀드(ETF)에 직접 투자했다. 2010년 시작된 것으로, 2013년 아베 정부 시절 본격화되었다. 초기에는 투자한도가 4500억엔 정도였다. 하지만 2013년 이후에는 6조엔, 코로나 기간에는 12조엔까지 늘렸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부동산투자신탁(REIT)에도 투자했다. 그래도 주가가 시원치 않자, 이번에는 일본 정부가 나섰다. 2023년 3월 정부는 주당순자산가치(PBR) 1 미만이며 자기자본이익률(ROE) 8% 미만인 기업이 주가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퇴출시키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자사주 매입을 강요한 것이다.

막대한 정부투자와 해외자금 유입도 한몫했다.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서자 일본도 대만의 TSMC와 미국 IBM의 도움을 받아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천문학적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이를 보고 해외자금도 들어왔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중국에서 빠져나온 돈들도 들어왔다. 마침내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원했던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엔화가 하락하자 수입물가가 올랐고, 주가가 오르고 투자가 늘며 소비도 늘어서다. 2023년 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2-4%로 줄곧 올랐다. 임금도 상승했다. 정부는 기업에 임금인상을 종용했고, 때마침 일본 기업들의 수익도 늘며 2024년 3월 평균 임금인상률이 5.28%에 이르렀다. 주가, 물가, 임금이 오르자 일본 중앙은행은 더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일본은 어떻게 달라질까? 크게 변할 게 없다. 일본은행은 ETF나 REIT 투자는 중단했지만 통화공급의 핵심인 정부채권 구입은 계속할 것을 분명히 했다. 금리 올리기는 매우 어렵다. 첫째, 일본 정부가 이자폭탄을 맞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24년 국채 원리금 상환용으로 총예산의 4분의 1인 28조 1424억엔(약 255조원)을 요구했다. 이자를 올리면 이 예산도 부족하다. 둘째, 이자가 올라 엔고가 생기면 수출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일본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반도체 장비와 소재 등을 제외하면 수출구조가 낙후되어 있다. 2차전지와 시스템 및 메모리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는 글로벌 존재감이 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 엔고가 되면 가격경쟁력이 사라진다. 셋째, 낮은 이자로 연명하던 기업들과 서민 경제가 파탄 난다.

하지만, 일본이 이자를 올릴 수 있는 환경은 일단 만들어졌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싼 이자로 세계에 뿌려진 엔화 자금이 일본으로 회귀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흔들 수 있다. 한국에도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꽤 들어와 있다고 한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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