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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의 적시타] 중대재해법 해외 적용 혼선... '수사 1호' 기업 운명 바꿨다

파이낸셜뉴스 2022.02.20 18:41 댓글0

삼표보다 앞서 해외사업장 사고
고용부 "대상아냐" 檢은 "대상"
재계 "현장 혼란… 입법 보완을"


국내에서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국내 기업이 진출한 해외사업장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적용기준마저 달라 입법보완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20일 파이낸셜뉴스 취재 결과 중대재해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27일 국내 대기업인 A기업의 아시아 국가 소재 한 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회사에서는 중대재해법 1호가 되는 것 아니냐며 비상이 걸렸지만, 사고 발생장소가 해외 공장이었기 때문에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국외 사고였고, 사고자가 주재원이나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근로자였기 때문에 관련법에 저촉이 안 되는 것으로 내부 법무팀이 유권해석했다"고 밝혔다.

이 사고와 별개로 고용노동부도 "해외 별도법인은 법 적용대상이 아니다"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후 이틀 뒤인 29일 삼표산업의 경기 양주사업장에서 석재 채취작업 중 토사가 무너졌고, 작업자 3명이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삼표산업이 중대재해법 1호 수사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검찰 가이드라인을 보면 국내기업의 해외사업장도 법 적용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은 최근 '외국법에 따라 설립된 해외법인도 국내법인 소속 근로자가 출장·파견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법인 또는 기관이 해당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한다면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는 내용이 담긴 해설서를 전국 검찰청에 배포했다.

다만 대검의 이 같은 의지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해외에서 사고가 나면 우리 수사기관이 해외에 파견돼 현지 수사기관과 공조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지 법이 있는 상황에서 국내법과 충돌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모호한 법이 급하게 시행됐다는 지적 속에 대검도 해설서에서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대한 범위와 내용을 법률만을 통해 예상하기 어렵고 포괄적 자의적으로 확대해석될 가능성이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불명확한 법 적용의 한계를 언급했다.

우리 기업들은 국내법 때문에 해외에서도 역차별을 당하는 처지라고 호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사업장과 관련한 첫 판례가 나오기까지는 어쩔 수 없이 국내법에 준하는 수준까지 해외 공장에 더 비용부담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지금이라도 관련 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은 "입법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법으로, 과잉처벌 우려와 실효성이 의심된다"며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사전예방 위주의 제도개선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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