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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빠진 친구 구하다 사망한 의사자... 法 "국립묘지 안장 거부 정당"

파이낸셜뉴스 2021.09.21 19:04 댓글0

"안장 대상, 국민의 귀감·사회 위한 희생 전제"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 사망해 의사자로 인정됐더라도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정상규 부장판사)는 최근 A씨의 유족이 국가보훈처(보훈처)을 상대로 “국립묘지 안장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1994년 7월 친구 5명과 계곡으로 피서를 떠났다. 점심을 먹은 뒤 친구 1명이 물에 빠졌고, A씨는 이 친구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수심은 약 1.8m였다. 하지만 A씨는 물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고 친구와 함께 숨을 거뒀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5월 심사와 의결을 거쳐 A씨를 의사자로 인정했다. 이에 유족은 2019년 7월 국립묘지 안장을 신청했고, 보훈처는 A씨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 뒤 안장 거부 처분을 내렸다. 안장대상심의위원회(심의위)가 출석위원 10명 전원 합치된 의견으로 안장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심의·의결하면서다.

이에 불복한 유족들은 같은 해 9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과거 A씨와 유사한 사례의 의사자를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로 인정했다”며 “거부 처분은 자기구속의 원리에 반하고, 비례의 원칙에도 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유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사 사례가 있더라도, 각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구조행위 당시의 상황, 동기, 피구조자와의 관계 등은 사안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만을 단순 비교해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또 보훈처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다고도 판단했다. 심의위가 의결한 안장 심의기준에 따르면 구조자의 희생정신이 국민의 귀감이 되고 국가·사회를 위한 희생이 전제돼야 한다. 재판부는 “A씨의 희생정신·용기가 국립묘지에 안장해 항구적으로 존중되거나 사회의 귀감이 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는 심사위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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