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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현 EMK 대표 "팬데믹, 공연과 예술이 우리를 위로할 것"

파이낸셜뉴스 2021.01.21 13:28 댓글0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코로나19로 암울한 지난해를 보내면서 계속해서 믿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어두운 시기에 갇혀있는 우리에게 공연과 예술만이 우리를 위로하며 견디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21일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상황, 공연계는 유독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엄 대표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이 발표됐지만 공연계 좌석 띄어앉기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두 자리 띄어앉기로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손익분기점인 객석점유율 70%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에 제작사들은 더 이상의 손해를 감수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이에 공연계 종사자들은 잇달아 공동 호소문을 발표했다.

뮤지컬업계를 이끄는 한 사람으로서 엄 대표는 최근 공연계의 공동 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는 3월 신년 첫 공연으로 준비중인 뮤지컬 '팬텀'이 제대로 올라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습과 공연 준비를 하는 중에도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엄 대표는 "지난 1년새 수많은 공연 관계자들이 생계 유지가 어려워 공연계를 떠났다. 5년 이상 된 베테랑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떠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공연산업이 후퇴하는 일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공연을 멈출 수는 없다. 공연을 진행하지 못하면 공연이 직업이고 생계인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공연산업이 후퇴하지 않도록 EMK는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두 자리 띄어앉기가 계속되면 기본 지원조차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공연산업이 사치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꼽으며 "손해로 투자사가 떨어져 나가고 공연이 취소돼 300여명의 스태프와 배우들이 일자리를 잃어도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시장이 1조가 넘는 일본의 경우 콘서트와 공연장의 특수성을 분리하고 콘서트장은 객석의 50%, 공연장은 제작사의 재량에 맞게 100%를 판매할 수 있게 지침을 내리고 있다. 또 제작비를 30%에서 50%까지 지원해주는 정책을 함께 펼쳐 제작사는 스태프와 배우들의 인건비를 보전하면서 공연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공연이 직업인 이들의 인건비가 보전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지만 마냥 멈춰있을 순 없다. 힘든 보릿고개 속에서도 엄 대표와 EMK는 생존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엄 대표는 "실제 공연을 촬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영상만을 위한 '웹 뮤지컬'이라는 신 장르는 EMK가 다양한 시장 가능성을 바라보며 전개했던 영상화 사업 중 하나"라며 "아직 시장 초기 단계고 관객들이 보기에 생소한 장르이기 때문에 큰 수익으로 이어지기 전이지만, 공연의 수익 채널 다각화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EMK는 올해 '팬텀'과 '마리 앙투아네트', '엑스칼리버', '레베카' 등 4개의 작품을 라인업으로 발표했다. 모두 과거에 초연된 바 있는 재연 작품들이다. 엄 대표는 "4개의 작품이 무사히 올라갈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고 재연이라 해서 쉽게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 라인업의 첫 작품인 '팬텀'부터 무사히 올라가는 것이 첫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뮤지컬 '팬텀'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엄 대표는 "2015년 '팬텀' 초연 당시 메르스가 시작됐었다. 당시 이 작품이 주는 특유의 감동과 따뜻한 음악이 관객들께 많은 위로를 전했다는 평과 함께 재관람과 입소문으로 경이로운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며 "올해 첫 작품으로 '팬텀'을 정하게 된 것은 코로나 이전이었지만 초연 때 상황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로 힘든 관객들께도 위로를 드리고 싶은 마음과 저희 또한 그 힘으로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팬텀'의 메인 카피를 지난 세 시즌과 다르게 '세상이 무너진 이순간, 나의 음악이 되리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팬텀' 2018년 공연 1막 피날레 장면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한편 엄 대표는 EMK의 새로운 계획도 밝혔다. 그는 "새로운 오리지널 뮤지컬 '베토벤'을 2023년 오픈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당초 내년에 월드 프리미어 오픈을 예정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 있는 원작자들과 원활한 미팅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EMK 오리지널 작품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자 많은 고민 끝에 오픈을 1년 미루게 돼 아쉬움이 크다"고 밝힌 엄 대표는 "그래도 저희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습과 공연 준비를 계속해나갈 것이다. 무대에 서는 것이 우리의 직업이자 생업이기 때문이다. 지금 배우와 스태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무대에 서기를 희망하고 있다. 공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관객들도 뜻을 모아 함께 해주신다면 더욱 큰 감동과 결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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