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상무부에 50% 관세 부과 대상 확대 요청
대미 초고압 변압기 수출 2배 이상 폭증, 슈퍼사이클 견인
현지 생산능력 강화, 공급자 위주 시장으로 "방어 여력 있어"  |
| LS일렉트릭 부산 사업장 2생산동 전경. LS일렉트릭 제공 |
[파이낸셜뉴스]미국 기업들이 전력기기 시장을 겨냥해 트럼프 행정부에 변압기에도 철강·알루미늄 관세 50% 부과를 요구하면서 국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전력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며 슈퍼사이클을 맞이하고 있는 시장에 자칫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관보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변압기를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 8월 상무부가 발표한 407개 파생상품 목록에 변압기 역시 일부 포함됐는데, 미국 기업들은 더 많은 종류의 변압기를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 시장이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핵심 지역인 만큼, 이 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일부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철강 원재료가 많이 요구되는 초고압 변압기의 가격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초고압 변압기(용량 1만㎸A 초과 기준)의 누적 수출액은 6억9093만 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15.6% 급증했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4억345만 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수출 급등의 배경으로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 확산과 맞물려 전력 인프라 전반에 대한 투자 확대, 노후 전력망 현대화 등으로 수요가 폭증한 점이 꼽힌다.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2471억원으로 전년 동기(1638억원) 대비 50.9% 증가했다. 중저압 변압기에 이어 초고압까지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LS일렉트릭(1008억원) 역시 같은 기간 51.7% 늘어난 100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양사 모두 1년 새 수익성이 50% 넘게 '점프'한 것이다.
특히 양사의 북미향 매출의 비중은 30% 정도로 적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철강 파생상품에 부과되는 관세 50%가 변압기까지 본격적으로 퍼지게 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 내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아직까지 수요 대비 공급 부족에 따른 공급자 우위의 시장 환경, 현지 생산 능력 등 방어 여력은 갖추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로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은 모두 올해 들어 미국 시장 내 생산 능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울산과 미국 현지에서 미국향 변압기를 생산하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은 오는 2027년까지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증설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생산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LS일렉트릭 역시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 3500억원을 투입해 현지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직까지 공급 대비 수요가 폭증하는 단계인 만큼, 가격 결정력에 있어서도 국내 업체들의 입김이 더 세다는 분석도 나온다. 섣불리 관세를 부과할 경우 되레 미국 업체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수요가 워낙 견조해 가격 결정권이 공급업체에게 주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세가 부과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오히려 미국 측에서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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