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농민 1만명, 트랙터 몰고 브뤼셀 도심 봉쇄…부상·체포 속출
유럽-남미FTA 연내 서명 불투명…"伊, 한달 시간 요청"
브라질 룰라 "메르코수르 회원국과 협의해볼 것"  |
|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정상회의장 주변에서 열린 농민 시위 중 "농업은 죽었다"라는 의미의 관이 한 동상 받침대에 세워져 있다.AP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20년 넘는 협의 끝에 협정문 서명 직전까지 온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유럽 측 이견 노출로 연내 최종 타결을 보지 못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현지 취재진을 대상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로부터 FTA 협정 진전을 위한 한달간의 시간을 요청 받았다"면서 "나는 이 제안에 대해 메르코수르 회원국과 협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멜로니 총리가 '협정 자체에 반대하진 않는다'는 말과 함께 인내해 줄 것을 바랐다"고 전했다.
애초 브라질은 오는 20일 열리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를 계기로 EU와 메르코수르 간 FTA 서명을 진행하고 대장정을 마무리할 계획을 세웠다. EU와 메르코수르는 1999년부터 이어진 협상 끝에 지난해 12월 FTA 체결에 합의했었다.
그러나 유럽 측에서는 여전히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있는데, 이들 국가는 농산물 분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현지 농민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18∼1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의 FTA 관련 표결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 EU 정상회의장 주변과 프랑스 농가에선 농민들의 시위가 펼쳐지기도 했다. 일부 시위자들이 알감자와 날계란, 물병과 폭죽 등을 던지고 타이어에 불을 붙이면서 매캐한 연기가 도심을 뒤덮었고, 몇몇 농민은 경찰 저지선 돌파를 위해 트랙터를 몰고 접근하기도 했다. 한켠에서는 농민들이 '농업'이라고 적힌 목관을 불태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로 진압에 나서면서 약 10명이 다치고, 2명이 체포됐다.
농민들은 메르코수르와의 FTA를 밀어붙이고 있는 EU 집행부를 강하게 성토하면서, 농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산 농가를 운영하는 벨기에 농민 막심 마비에는 프랑스 AFP통신에 "메르코수르에 반대하기 위해 왔다"며 남미와의 FTA 통과를 독려하는 EU 집행부를 겨냥해 "유럽이 독재로 흐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총리는 "농민들을 희생시킬 수 없다"며 EU가 메르코수르와의 FTA 승인에 앞서 농민들을 달래기 위한 적절한 보호 조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독일 △스페인 △스웨덴 등 FTA에 찬성하는 다수의 회원국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으로, 이들 찬성국은 "미국의 관세, 중국과의 무역 경쟁 격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무역 관계 다변화가 필수"라며 조속한 표결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길어진 협의에 지친 메르코수르 측에선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내부 정치적 문제 때문에 협정을 추진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국가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비판적 눈길을 보내고 있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국이 무역 장벽을 전면 철폐해 1995년 출범시킨 공동시장이다. 베네수엘라가 2012년 추가 가입했지만, 정치·외교적 문제로 현재는 정회원 자격을 박탈 당했다. 최근엔 볼리비아가 추가로 회원국 자격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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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 부근에서 열린 농민 시위 중 한 건물 깨진 유리문 앞에 시위대가 던진 감자 등이 흩어져 있다.AP뉴시스 |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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