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환율에 외환 규제 완화
금융사 스트레스테스트 한시유예
쌓아둔 외화 시중에 돌도록 유도
외국계銀 선물환포지션 기준 완화
外人 주식계좌 개설 절차 간소화
정부가 솟구치는 환율을 꺾기 위해 전방위적인 달러 수급 작전에 나섰다. 외환당국은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걸어놨던 빗장을 풀고, 대통령실은 국내 7개 대기업 관계자를 불러 보유한 달러의 국내 환류를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외환당국은 금융기관들의 외화보유비율 규제를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낮춰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석달째 1400원대 고공행진을 하는 고환율 상황에서 달러 유출 차단에만 나섰던 정부가 뒤늦게 달러 유입 확대에 나선 것을 두고 시기적으로 늑장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18일 국내 외화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환건전성 제도의 탄력적 조정방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참여한 합동 정책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달러 유출 차단에 초점을 맞춘 기존 대응에서 벗어나 시중 달러 유동성 유입을 늘리는 데 있다.
정부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와 관련한 감독상 조치 부담을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덜어주기로 했다. 금융기관이 보유한 달러를 시중에 더 풀 수 있도록 규제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정여진 기재부 외화자금과장은 "이 규제를 풀면 금융기관의 외화거래 여력이 커져 시중에 달러를 더 공급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는 위기상황을 가정해 각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대응 여력을 평가하는 제도다.
외화 유출입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규제하는 선물환포지션 제도도 합리적으로 조정된다.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 국내 법인에 대해 선물환포지션 비율 규제를 200%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은 해외에서 조달한 달러를 국내로 더 많이 들여올 여력이 생긴다. 그동안 이들 은행은 국내 법인이라는 이유로 국내 은행과 동일한 75% 규제를 적용받아 외화 유입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수출기업이 국내 운전자금 목적으로 조달하는 원화 용도 외화대출도 허용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외환수급 개선방안에 따라 국내 시설자금에 대한 수출기업의 원화 용도 외화대출 금지 규제를 완화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수출기업에 대한 대출기준을 한층 더 낮춘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현지 통합계좌 활성화도 추진된다. 이는 국내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를 통해 미국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외환당국은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해외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달러의 국내 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외환 유동성 대책을 두고 외환시장 변동 조짐이 나타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나왔어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본적 해법이라기보다는 미봉책에 가깝다"며 "국내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외환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한화, HD현대 등 7대 기업 관계자들과 환율 대응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대통령실은 환전 수수료 감면과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테니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국내로 환류(원화 환전)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원 내린 1478.3원에 마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최용준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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