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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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업체 오라클이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AI 테마에 다시 칼바람을 몰고 왔다. 사진은 9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시티의 오라클 캠퍼스. UPI 연합 |
오라클이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다시 칼바람을 몰고 왔다.
100억달러(약 14조7600억원)를 들여 미국 미시간주에 1기가와트(GW) 용량의 데이터센터를 건립해 오픈AI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오라클의 계획이 틀어진 것이 잠잠하던 ‘AI 회의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가 장 초반 1% 넘는 하락세를 보이는 등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투자 결렬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오라클의 최대 데이터센터 파트너인 사모펀드 블루아울 캐피털이 100억달러짜리 차기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에서 발을 뺐다고 보도했다. 오라클의 부채 증가와 AI 지출 확대에 따른 위험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블루아울은 그동안 미시간주 샐린타운십에 1GW 용량의 데이터센터를 건립해 오픈AI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왔다.
그러나 소식통들에 따르면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다.
블루아울은 데이터센터를 소유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고 이를 오라클에 임대해왔다. 지금껏 수십억달러 자본을 조달해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그러나 블루아울이 발을 빼면서 미시간 데이터센터 계획은 무산 위기에 빠졌다.
재무구조 부실
오라클은 지난 수년 AI 붐을 타고 재기에 성공했다.
소프트웨어로 시작한 회사 주력 부문도 AI 붐 속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오라클은 공격적으로 AI 데이터센터에 투자했고, 이 전략은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적이 급증했고, 데이터센터를 미처 짓지 못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아직 하지 못한 미이행 계약 잔여분(RPO)이 1100억달러에 이르렀다. 1년 전보다 약 69% 폭증했다.
이는 AI 인프라 수요가 여전히 강력하다, 즉 “물건을 살 사람은 줄을 섰다”는 강력한 신호이지만 동시에 수익화가 지연되고 있고, 비용 부담이 높다는 점을 가리키는 ‘양날의 검’이었다.
시장은 오라클이 지난 10일 장 마감 뒤 실적 발표에서 이런 분기 실적을 공개하자 AI 회의론 속에 비관적인 평가에 무게를 실었다.
이튿날 신용 디폴트 스와프(CDS) 시장에서 오라클의 신용 위험, 부도 위험은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투자 지출은 폭증했지만 매출이 기대 이하에 머문 저조한 오라클의 분기 실적은 최대 파트너인 블루아울 내에서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오라클 부채가 급증하고, 시장에서는 오라클에 대한 투자 대출 심사를 강화하자 블루아울이 발을 뺐다.
AI 회의론 강화
오라클은 발을 뺀 블루아울 대신 세계 최대 헤지펀드이자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타결 전망은 불확실하다.
미시간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이 사실상 좌초하면서 앞으로 5년에 걸쳐 오픈AI에 4.5GW 컴퓨팅 연산 능력을 제공하기로 한 3000억달러 계약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지난달 4일 영화 ‘빅쇼트’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가 제기한 AI 거품론이 점점 힘을 받으면서 관련주들의 전망에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대출 기관들은 얼만 전까지만 해도 AI 데이터센터를 AI 혁명의 전초기지 기조로 보고 ‘안전자산’으로 간주했지만 지금은 ‘고위험 프로젝트’로 간주해 대출 심사 등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오라클 같은 AI 클라우드 업체들에 더 높은 금리나 빠른 대출금 상환, 더 많은 담보 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AI 업체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AI 투자의 손익분기점을 끌어올린다.
막대한 AI 투자가 수익화할 시기가 늦춰지면서 AI 회의론이 강화되고, 이것이 다시 대출 조건을 높이는 악순환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이날 AI 관련주들은 다시 급락했다.
이날 오전 장에서 오라클은 4.4% 급락했고, 오라클 데이터센터에 AI 칩을 공급하기로 했던 엔비디아 주가도 4% 넘게 급락했다.
불똥이 튄 알파벳도 2.4% 급락했고, AI 솔루션 대표 종목인 팔란티어는 5.3% 급락했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원자력 발전 업체들도 추락했다.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자력 발전소를 갖고 있는 컨스털레이션은 6.8%,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 업체 뉴스케일파워는 5.7% 폭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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